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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Sep 29. 2022

엄마긴장 내려놓기

아들에 의한, 아들에 대한 마음훈련

아들 녀석이 요즘 들어 자전거에 푹 빠져있다.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마을탐험하고 싶은 자신을 따라, 걸어서는 30분 넘게 걸리는 옆동네까지 이 엄마가 동행해준 덕에 더 자신감과 모험심이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 매일 집 앞 도로변에서도 신나게 자전거를 탄다. 우리 집은 도로변의 언덕배기에 자리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에 그다지 좋은 장소가 아니다. 아니, 요즘 사람들의 시선으로 살펴보면 위험요소 투성이다. "안돼" "조심해" "위험해"가 입에서 떠나질 않는 그런 놀이'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유일하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지나가던 마을 어르신들이 보고는 걱정돼서 어이쿠 어이 쿠소 리를 연거푸 내뱉기도 하시지만 이제는 떠들썩하게 노는 아이들의 귀한 소음에 함박웃음을 짓기도 하신다. 


아들은 자신이 자전거를 제법 탈 쭐 아는 것이 짜릿한지 아빠가 차를 몰고 일을 나서면 자전거로 그 뒤를 밟는다. 있는 힘껏 페달을 밟을 때의 쾌감이란. 나도 그 맛을 알기에 하지 말라고 하기보단 지켜보았다. 사실 처음엔 저 멀리 버스정류장까지 아빠 차를 따라가던 녀석이 보이지도 않고 몇 분이 지나도 올 생각을 안 해, 내심 걱정하며 동네가 떠나가라 이름을 불러재끼기도 했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저 엄마 저걸 그냥 둔다고? 저건 놀이가 아니잖아?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행위 역시 '집 골목 끝 버스정류장까지만'이라는 바운더리를 설정해주면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엄마는 무조건 하지 말라고만 해!"라는 아들의 깊은 불평을 듣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누구보다 아이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다. 버스정류장을 지난 큰 도로변의 땅은 아직은 혼자서 밟아선 안 된다는 것을.


나보다 멀리 앞서 가는 아들이 내 눈에 보여야만 안심이 되는 경우가 아직도 종종 있긴 하다. 도로변에서 탈 때는 '길 가로, 중앙선은 절대 넘지 않기' 규칙을 입으로 반복해 말하고 몸에 새기게 하지만 아무래도 긴장감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 감사한 것은 그래도 도로변에서 라이딩하는 분들도 있어서 차들이 피해 가준다는 건데 그렇다 하더라도 운전자들에게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되니, 아들이 자신의 도전심만 충족하기보다는 도로의 운전자들도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늘 주지 시키는 요즘이다.


자전거길이 따로 없는 시골 동네에서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고자 이런 것도 해보고 저런 것도 시도해 보면서 우리 모자는 마을 탐험가가 되어가고 있다.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아들은 아들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한계에 다가가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나가고 스스로 길을 찾아나가는 이 가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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