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큰아들의 새벽데이트에 대한 갈망이 지속되어왔다. 금요일 밤부터 내일 새벽데이트 가야하니까 알람을 맞추자며 호들갑을 떨었다. 엄마 휴대폰에 새벽5시에 맞추라길래 어차피 그무렵 문 여는 카페는 없으니 7시에 문여는 던킨을 갈라치면 6시에 알람을 맞추는게 좋지않냐고 나는 반문했다. 아들도 그러자며 자신은 아빠의 테블릿에 알람을 맞추겠단다. 테블릿은 진동이 울리지 않고 소리만 울리는지라 새벽에 동생들이 다 깰지도 모르니, 엄마 휴대폰만 맞추자고 아들을 설득했고 아들또한 그게 좋겠다 응하고는 다음 날의 새벽데이트를 간절히 바라며 잠이 들었다.
아들이 그리도 바라던 새벽데이트를 이번만큼은 나는 바라지 않았다. 작년 초겨울에 새벽데이트 제안을 했던것도 나이고, 너무 행복했던 기억에 가끔 이 의식을 치르자고 마음 먹었던 것도 나인건만,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서 겨울잠이 깊어진 나는 아들의 바람이 달갑지 않았던 것.
안그래도 새벽기상을 다시 제대로 시작하고 싶어서 내 휴대폰의 알람은 늘 오전 6시에 맞춰져있거늘, 루틴으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가뭄에 콩나듯 실천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오전 6시도 새벽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시간이다.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집중해서 이뤄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실천하기에 아주 만만하고 쉬운 습관을 들이려면 최대한 욕심을 버려야 했기에 그나마 일어나기 수월한 시간대인 6시를 택했다.
허나 6시도 겨울아침엔 체감상 새벽4시와 같았다. 그래서 내가 잘 지켜내는 루틴이라고는 잠들기 전, 알람을 6시에 맞춰두는 것이 전부였다. 그 거지같고 미약한 루틴만큼은 반드시 지켜나가고 있던 나.
그런 나에게 새벽데이트를 제안하다니-타이밍이 너무 안맞는구나 아들아. 그래도 나의 실천못하는 열망에 너의 간절함이 보태어지면 가능하겠지 싶어 나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는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새벽6시, 알람이 울렸다. 그런데 나는 너무나도 쉽게 알람을 꺼버리고 잠들어 버렸다. 아들은 다행이도(?)아직 자고있어서 맘편히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서 함께 아쉬워해주고 미안해주자는 마음으로 고대로 누워버렸는데, 그로부터 한시간이 지난 뒤 아들이 일어났고 나를 깨우며 "엄마, 밖에 봐봐. 해가 뜨고 있어. 새벽데이트 해야지~ 몇시야?" 동해여행을 갔을 땐 암만 피곤해도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일어나 기다렸던 일출이 이번만큼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저 피곤하기만 했다.
그 때 동생들이 하나 둘 꿈틀대기 시작했고 큰아들은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했다. 새벽데이트 못하게 되었다고.동생들 깨기 전에 조용히 나가려고 했는데 이게 뭐냐고. 나는 아니라고, 아직 7시 조금 넘었을 뿐이니 시간은 충분하다고 지금이라도 준비하면 나갈 수 있다고 아들을 타이르기 시작했다. 그런대도 아들은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몇 분 가량을 서럽게 울어댔다.
그렇게 일단락 된 후, 토요일 밤.
아들은 주일 새벽데이트 어떠냐며 다시금 내게 자신의 바람을 건넨다.
그러마고,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들었다.
주일 새벽6시, 어김없이 알람은 울렸고 나는 습관처럼 알람을 끈 채 '한시간만 자고 데이트 나가자고하면 나가고 아니면 더 좋고'를 속으로 외치며 겨울 잠자리를 지켜냈다. 아들은 7시가 조금 넘어 깼고, (실은 나도 잠이 깼으나 자는 척하며 온 몸에 긴장을 한 채 누워있었다) 내게 몇 시냐며 물어왔다. 응...7시 조금 넘었는데......
"그래? 엄마 나가자.. 안그럼 나 울 것 같아.."
"알겠어..씻고 준비해.."
울리는 것보단 나가는 게 백번 나을 듯 싶었다.
누워있는다고 단잠을 잘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우리는 읍내까지 15분을 달려오는 길에 멋진 일출광경도 보면서 던킨도넛에 도착했다.
각자 좋아하는 도넛을 시켜 먹으면서 아들이 좋아하는 종이접기를 함께 했다. 새벽데이트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한시간 정도 매우 소소한 것들을 함께 나누고 배를 불린 후,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들이 너무 고마워하고 기뻐한다. 단순히 도넛을 먹고싶어한게 아님을 나는 안다.
돌아오는 길, 내가 물었다.
"아들, 새벽데이트하면 뭐가 좋아?"
"엄마랑 둘이 있는게 좋아."
"........"
가슴이 찡해온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 온식구가 일어나 복닥거리기 전, 새벽의 고요를 이미 몇차례 맛본 너는 엄마가 하루를 다보내느라 지칠대로 지쳐버린 상태가 아닌, 엄마의 싱그러운 상태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상태를 오롯이 느끼고 싶었는지도.
그래서 시간의 양 따윈 크게 중요하지 않았음을 알 것 같다. 익숙한 공간에서 떨어져나와 너의 앞모습과 옆모습,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너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나의 몸짓에서 이유를 찾은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