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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Jan 30. 2023

혼자먹는 순대국

남편에게 막내를 맡기고 집근처 카페에 가 읽고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사유했다.

새롭게 깨닫게 된 것들도 있어서 뇌가 퍽이나 시원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책을 읽고있다보니 끼니를 뒤로 미룰만큼 자유시간이 간절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는지

배가 슬슬 고파왔다.

갑자기 순대국이 먹고싶어졌다.

뽀얀 국물에 시뻘건 다대기를 풀어서 아삭한 깍뚜기를 얹어 한입에 꿀꺽.

그걸 꼭 혼자 해보고 싶었다.

조용히..조용히..순대국을 들이키고 싶었다.

이제 책이고 뭐고 눈에 안들어온다.

허겁지겁 가방을 챙겨 평소 즐겨찾던 순대국집에 들어섰다. 순대국 1인분이요~!

그 어느때보다 목소리가 당차고 씩씩한 순간.


큰애들 하원하기 전까지 주어진 시간은 대략 30분.

남편은 막내 낮잠을 재우며 함께 딥슬립 중인것같으니 내가 스쿨버스를 맞으러 나가야하기에 속도를 내야 한다.

얼른먹고 힘내서 동네 뒷산에 올라가 아이들이랑 보물(마이쭈)찾기를 해야하니까.

너무 속도를 냈나보다. 옆자리 우편집배원 분들이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는 것도 같다.

신기하다는 듯?

그 분들이 나보다 먼저 와서 드시고 계셨는데..

그 분들보다 2배속으로 걸신이라도 들린마냥 개걸스레 먹어치우는 나는야 삼남매 엄마다. 허헛.

그러다 일을 내고야 말았다.

하얀 바지에 급한 젓가락질로 깍뚜기를 놓쳐버린 것. 그야말로 스펙타클한 식사다.

영광의 깍뚜기 흔적일세...그래도 참으로 꿀맛이었다. 40인생 이렇게 달디단 순대국을 먹은 적이 있었나싶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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