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공스타그램의 영향
확증편향이라는 말은 유튜브의 이용량이 매우 증가한 다음에 우리에게 유명해졌다. 주로 정치적 성향과 결부되어, 자신이 시청한 유튜버와 유사한 성향의 유튜버가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되어 그걸 시청하고, 점점 중립적이거나 반대 진영의 입장을 다룬 영상은 보지 않게 되어 세상의 일면만을 보고 종국에는 자신의 입장이 모두 맞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맥락에서 사용되는 단어다.
하지만 확증편향이 꼭 나쁘기만 할까? 좋은 확증편향의 예시는 없을까? 나는 그 해답을 ‘공스타그램’에서 찾았다. 공스타그램은 사람들이 본인의 공부 내용, 공부량 등을 인증하고 때로는 공부 관련 일기를 쓰기도 하면서, 유사한 공부를 하는 사람 혹은 다른 공부여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 용도로 쓰이곤 한다. 필자는 대학생공스타그램을 운영중인데, 공부량보다는 공부의 내용에 있어서 열의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공스타를 주로 팔로우하면서 이용하고 있다.
사건은 다음과 같다. 대학의 학점 공개일자는 대부분 비슷하다. 학기가 비슷하게 끝나는 탓이므로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학점인증’ 게시글들이 내 피드에 도배된다. 한 학기 공부하는 과정을 꾸준히 올린 대학생공스타그램의 입장에서 학점이란 한 학기의 공부경험을 마무리할 수 있는 피드의 소재로 작동하며, 다른 공스타그램과 수고의 말을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학점이 잘 나왔다면 자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2020년 1학기가 끝나고도 역시 학점인증 게시글들이 내 피드에 도배가 되었다. 대부분 4점대의 학생들이 많이 계셨다. 아, 이 분도 열심히 하신 분이고 이 분도 한 학기동안 고민을 많이 하셨던 분이고, 그래 기억난다. 어떤 분은 시험 기간에 공부에 집중하느라 피드에 잘 보이지 않으셨다가 학점공개 기간 때 돌아오시기도 했다. 그래 이 분도 참 열심히 하셨고 잘 하는 분이셨지.. 오 이 분은 지난 학기보다 학점이 오르셨다네.. 이런 느낌을 받으며 좋아요를 누르고 피드를 내린다.
며칠 뒤 나는 내가 확증편향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모든 대학생들이 내 공스타 피드에 계신 분들처럼 열심히, 학업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를 하고 계신 것 같이 말이다. 사실 그러한 피드는 나에게 선택된 분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세상에는 대학생이 아닌 또래도 있고 대학생이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이름만 대학생인 분들도 있고 공부를 열심히 하셨지만 대학생인 지금은 ‘공부’ 자체보다는 다른 활동들에 열심히 참여하시며 꿈을 향해 정진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공부’를 하긴 하지만 대충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공스타그램은 안 하지만 정작 학점은 잘 나오는 금두뇌(?)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의식 중에, 대학생이라면 모두 나의 팔로잉 목록에 있는 분들처럼 공부의 내용 자체에 관심이 많고(많아야 하고), 열심히 하며, 학점도 좋은 학생만 있을 것 같고, 또 그래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나는 이 글을 시작하면서, 확증편향의 좋은 예시는 없을까, 하는 물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생공스타그램에서 내가 경험한 확증편향은 과연 ‘좋은’ 확증편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그것은 근본적으로 세상의 부분만을 본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것이 아닐까? 아니면, 이것은 안 그래도 공부의 내용 자체와 학점에 집중하는 나에게, 나한테 없는 면을 키우기보다는 원래 갖고 있는 강점만에 집중하여 현실에 안주하도록 부추긴다는 점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