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것도 힘든 일이다

‘고민과 신경씀’의 과정인 밥 먹기

 밥을 먹는다는 것은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 밥을 먹기 전에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해야 하고 누구와 먹을지 약속을 잡고, 그 후 직접 리하기로 결정했다면 재료를 준비하고 그 양을 대중하며, 식당에서 먹기로 결정했다면 그곳까지 가야 하고 사람이 많다면 웨이팅도 감내해야 하며 낯선 공간에 적응하고 어느 자리가 좋을지 확인하고 숟가락은 미리 제공되는 곳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밥을 먹기 시작했지만 힘든 건 이제부터다. 밥을 한 숟갈 퍼 입으로 가져간 뒤 숟가락은 밥그릇 위에 두어야 할지, 휴지 위에 두어야 할지, 받침대에 놓아야 할지 고민이며 젓가락으로는 어느 반찬을 먼저 먹을지 어느 양으로 먹을지 고민해야 하고, 물기가 있는 반찬은 들고 오며 흐르지 않도록 두어번 담금질을 해야 한다. 서로 엉키기 쉬운 나물반찬은 적절한 양을 들고 오는 것과 튀지 않기 모두 신경써야 한다. 한편 내가 어느 정도로 먹고 있는지, 낯설거나 기름기가 너무 많거나 매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은 아닌지도 점검해야 한다.

 식사를 같이 하는 사람과의 대화, 혹은 고기를 굽는 등 별도의 과정을 제외하고도 이렇게 할 일이 많은 ‘밥 먹기’는 실로 힘든 과정이다. 이 사실은 어느 무더운 날 (즉, 평소보다 피곤할 때) 집에서 밥을 먹다가 힘듦을 겪고 나서, ‘별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고민 후에 발견한 것들이다. 1문단보다는 2문단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러한 힘든 식사는 ‘매일 반복하는 식사’의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 매일 아침 바나나를 한 개 먹고 늘 가던 그 빵집에서 사온 식빵으로 토스트를 3분 간 구운 뒤 그 우유를 반 잔 마시고 집을 나서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면 그 과정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 식사가 힘든 이유를 요약하는 키워드인 ‘고민’과 ‘신경씀’의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