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책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저자 강연을 들었다. 책에 나와 있는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강용수 저자는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원으로 동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서양 철학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받고,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랜 시간 인생의 무의미에 대해 고민했다. 학창 시절 쇼펜하우어의 <<삶과 죽음의 번뇌>>를 감동 깊게 읽고, 그에게 영향을 받아 철학의 길로 들어선 니체처럼 인생의 허무주의를 넘어서는 방법을 계속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연구와 강의에서 쇼펜하우어와 니체 철학을 바탕으로 자기 긍정과 행복을 위한 방법을 전하고 있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저씨 인상의 저자가 들어왔다. 인사를 하고 강연 초반부에 본 책을 쓰게 된 경위를 이야기한다.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출판사의 요청으로 쓰게 되었다. 예전에 낸 책들이 500부 팔린 것도 있어 '잘 될까요?' 하며 자신 없이 책을 썼고, 돈을 벌려고 쓴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일명 대박이 났다. 그것은 운이 따라줘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고더 큰 운은 여기에서 왔다. TV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하석진 배우와 웹 예능 프로그램 <살롱드립 2>에 출연한 장원영 가수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었다고 방송에 나간 후,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꾸준히 묵묵히 하다 보니, 운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운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것. 그러니 자신만의 것을 갖고 기다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만의 것은 무엇일까. 사이버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시를 쓰고 있다. 작년부터 시를 써왔는데 올해 동서문학상에 도전했다. 지난주 결과 발표가 있었는데 응모한 3편 중 1편의 시가 '맥심상' 당선에 이름을 올렸다. 무려 9,387편 중에 121편 안에 든 것이다. 꾸준히 써왔는데 운이 따라왔다고 생각하니, 기쁘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쓰고 좋은 시편들을 시집으로 묶어 세상에 내보이는 그날을 그려본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강연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라는 말이다.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인생은 고통일까? 지금껏 즐겁고 행복했던 일보다 우울하고 힘든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경험해 보니 그 힘든 고통들은 행복을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아파보니 건강할 때가 행복한 거였고, 음식을 만들어 엄마를 챙기다 보니 엄마가 건강해서 요리해 주던 때가 행복한 때였다. 자유롭게 다닐 수 없게 되자, 그 이전에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다. 당연하다는 것들 모두가 행복이었음을 느낀다.
쇼펜하우어는 현시대 마음의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다섯 가지를 아래와 같이 알려 주었다.
1. 삶의 지혜를 가져라
: 고통을 고통이라 여기지 않고 그냥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살아 숨 쉬며 존재할 수 있어서 느끼는 것이므로.
2. 행복을 자기 밖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는다
: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자. 그냥 현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3. 자신에게 집중하라
: 불행한 이유는 대부분 타인에게 의지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타인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깊이 성찰하려고 한다.
4. 허영심을 버리고 자긍심을 가져라
: 남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은 누구한테나 있다. 아는 척, 잘난 척 그게 지나치면 허영심이 될 수 있다. 자긍심은 자신이 어떤 장점과 특별한 가치를 지녔다는 확고한 믿음에 근거한다. 자긍심은 자존감과도 연결된다.
5. 시간의 중요성을 깨달아라
: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불안은 잊고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지 말자. 내가 가진 모든 것은 현재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하루하루 일상을 소중히 보내자.
잠깐 소통하는 시간, 어느 청중이 고민을 이야기한다. 아이가 대학에는 가고 깊어하는데,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하니 저지가 이렇게 말했다.
- 그것도 재능이고 개성입니다.
잘 노는 법을 연구하면 될까. 의외의 답변이었다. 가족이 내가 바라는 대로 하지 않을 때, 그걸 보는 내 시선을 바꿔야 평안해진다. 상대는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저자가 보여준 통계가 씁쓸했다. 우리 사회에 1990년대 이후 20대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줄어들 가능성도 없다고 한다. 자살로 삶의 고통이 사라질까? '자살은 삶의 부정이 아니라 긍정이다'라고 하는데 그만큼 살고 싶다는 뜻이다. 더 건강하다면, 돈이 있다면, 빚이 없다면 하고 바라는 소망이 있기에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 무지개 속 물방울이 하나 빠져도 무지개는 바뀌지 않는다. 우주는 그대로이다. 고통이 지나가면 기쁜 일이 온다고 믿으며 하늘에 무지개로 견뎌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