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과 설렘
책 《고전이 답했다》 저자 강연을 듣고
깊어가는 가을, 책 《고전이 답했다》 고명환 저자의 강연을 들었다. 시작 전, 강연무대가 기존과 달랐다. 다른 강사님들이 강연할 때는 슬라이드가 무대 가운데 보였는데, 이번엔 아예 없었다. 개그맨이었던 그는 1시간 반이라는 강연 시간 동안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그 사연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저자는 34살 때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다. 병원에 실려 온 그에게 의사는 심장에 맺힌 핏덩이가 터지면 1초 후에 죽을 수도 있으니 유언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 옆에 있던 어머니는 기적으로라도 안될까요? 물으니 길어야 2-3년 살면 많이 산다고 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억울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해서.'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건강을 회복했다. 그 후 메밀국숫집을 창업했고, 책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장사에서 마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 매출 10억 이상으로 40%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인데도, 좋은 재료를 써서 20%만 남기자는 마음으로 장사를 했다. 그랬더니 코로나19 때 식당들이 줄폐업을 할 때, 메밀국숫집은 오히려 매출이 더 늘었다.
지방 강연을 가다가 택시 안에서 들었다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동네 주유소 아저씨가 주유기들 앞에 뭔가 안내문을 붙이고 있었는데,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러분, 오늘은 휘발유를 집에 갈 수 있을 만큼만 넣으십시오. 내일부터는 휘발유 가격이 대폭 인하됩니다.'
이야기 속에서 돈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 '사랑'이 보였다.
저자는 여러 책에서 말한 문장과 구절을 인용하며 깨달은 것들과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중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나온 '나를 구하는 유일한 일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많은 이들이 글을 쓰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그중 하나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 간병 경험을 나누고 도움 되고 싶다는 말에 혹자는 '내가 힘든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냐'라고 한다. 이 말도 맞지만, 남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세상이 변화했고 발전했다고 믿는다. 남을 도우려는 마음과 함께 한 시도는 오히려 나에게 위로를 주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내 언어의 한계가 나의 한계다' 책을 읽으면 많은 언어를 알게 된다. 많은 분야를 두루 알게 되고 그와 관련된 언어를 얻는다. 그럼 그 언어들이 나의 세계를 둘러싼다. 저자가 읽은 워런 버핏, 주식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 또한 책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요즘은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을 읽고 있다. 글로 다른 세계를 탐험하고 작가와 만난다. 그리고 사색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거나 깨달음을 얻을 때 마음의 배가 부듯해진다.
우리는 인생의 진리를 알고 있는데 안 믿어져 다른 방법을 찾아 헤맨다. 알고 있는 것을 믿지 않는 것에 뭐가 있을까? 예를 들면, 운동하면 건강해지는 것,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 내가 간절히 믿으면 이루어진다는 것... 등. 아침마다 긍정 확언을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글을 읽으며 기대감을 느낄 수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자 생각해 본다.
왜 힘이 없지? 왜 재미가 없지?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의 말은 조선시대 성리학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서양은 무조건 말로 표현하는 문화인 반면, 동양은 성리학을 받들어 표현을 하지 못하게 한 문화다.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활기차게 살려면 어떻게 할까? 재미있게 살려면 뭘 하지?로 표현을 바꾸면 된다.
죽음 직전까지 갔을 때, 그가 했던 질문을 내게 해본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나? 엄마가 아프지만, 일상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려고 한다.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었다. 엄마를 병간호하는 것이 힘에 부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나에게 뭘 가르쳐주려는 걸까? 내가 배울 점은 뭘까? 어두웠던 마음이 시를 쓰게 했고,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또, 엄마의 건강을 챙기며 내 건강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저자는 어릴 적 꿈이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혼자 서보는 것이었는데 그 꿈을 이뤘다고 한다. 내 꿈도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오늘부터 긍정 확언을 시작했다.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중간중간 웃음을 던져주며 청중에게 기를 팍팍 불어넣어 주신 작가님, 좋은 에너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연장을 나오는 마음이 기대감과 설렘으로 부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