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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비우고 가슴을 채우는 것, 낭독

by 책읽는아이린

낭독모임에서 책을 낭독하고 있다. 마침 동네 도서관에서 서혜정 성우님을 초청하여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겼다. 성우님은 <X-파일>의 스컬리, <생로병사의 비밀>,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등으로 유명한 분이다. 4주 차로 구성된 강연의 첫 수업을 다녀와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기록해 본다.


20살부터 시작된 성우 생활을 이야기하며 강의는 시작되었다. 43년 차 베테랑 성우답게 말소리가 노래하듯이 굴러간다. 소리에 높고 낮음, 커졌다 작아졌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악보 위의 음표와 쉼표가 연상된다.


음독과 낭독의 차이를 듣고 우리는 그동안 음독을 했구나 싶었다. 음독은 글자를 단순 소리 내서 읽는 것이다. 낭독은 목적어에 강조를 두고 읽어주며 의미를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의미를 생각하며 끊어 읽기가 어려웠는데, 미리 텍스트를 보며 끊을 부분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낭독으로 치유받은 어느 분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50대 주부로 '빈 둥지 증후군'이 생겨 우울증 약도 먹었는데, 낭독을 하고 우울증도 나아져 얼굴도 밝아졌고 사무실도 마련해 낭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요즘 정신과에서 환자들에게 낭독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라고 권유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낭독의 좋은 점을 알았지만 치유를 받은 분들이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었다.


낭독, 왜 좋을까?

참여 인원이 돌아가면서 낭독했던 텍스트를 토대로 간단하게 적어본다.

- 깊어지는 사고와 이해,

- 감성의 풍요로움 : 감정 표현의 통로, 스트레스 해소, 창의성 증진

- 자기 성장과 발전 : 자존감 향상, 표현력 향상, 인간관계 형성

- 뇌 건강 증진 : 뇌 활성화, 언어 능력 발달, 정서적 안정


쓰고 보니, 좋은 점이 참 많다. 백익무해하다는 말이 맞다.


낭독을 자주 하면 말하기에도 도움이 된다. 위의 낭독 장점 중 뇌 건강 증진과 연관이 깊다. 성우님은 어떤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단어를 말했는데, 몰랐던 어휘였지만 자연스럽게 그 말이 나왔다고 한다.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도 몸이 기억하듯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차 낭독을 하고 있는 내게 낭독은 설레는 여행 같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으면, 회원들끼리 투표로 다음 책을 정한다. 어느 작가와 만날 지, 책 속에서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날지 알 수 없는 길을 걷는다. 여행을 시작한 길 위에서도 회차마다 내가 어느 부분을 읽을지 알 수 없는 그 설렘이 나를 계속 따라다닌다.


낭독을 왜 머리를 비우고 가슴을 채우는 것이라 할까. 책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그 글에 동화해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된다. 그러면 내 일상의 일들을 잊게 된다. 잠시 내가 그 글을 쓴 작가가 되기도 하고, 글 속에서 어떤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낭독에서 몰입으로 종종 위로받는 것을 경험했다. 몰입은 가슴을 채워준다.


성우님의 낭독과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물 흐르듯이 편안했다. 그 시간 자체가 힐링이 되었다. 이번 수업을 듣고 시각이 불편한 분들이 들을 수 있는 녹음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다음 회차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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