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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보여준 예술가

에드가 드가

by 책읽는아이린

EBS에서 도슨트가 소개하는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1834~1917) 편을 봤다. 서양미술사 수업에서 공부했던 드가를 되짚어 본다. 그는 고전적 인물화와 역사화를 추구하면서도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구성의 초상화에 재능을 보였다. 현실의 주제로 돌아서면서 탁월한 현대 화가로서 면모를 보여주었다. 또, 일본 목판화의 영향을 흡수해 대담한 구도와 구성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가 파리 은행의 지점장으로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도 화가가 되기로 한 그의 결정을 존중했고, 미술학교에도 보내주었다. 그는 결혼하지 않았고, 여성들과 적극적으로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의 그림들엔 여성들이 많다. <보나의 초상>, <꽃을 든 여인>, <이오 부인>, <댄스 교습소>, <국화 옆의 여인> 외 발레리나를 그림 작품들.


오늘 본 작품은 다림질하는 여인들이었다. 두 명의 여성이 다림질 옷감을 앞에 두고 서 있다. 한 여성이 입을 벌려 하품을 하고 있다. 드가는 그 여인들을 지켜보았을 것이고, 여성이 하품을 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고단한 노동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그는 무희를 모델로 한 작품이 많아 '무용의 화가'로 불린다. 드가는 발레리나들과 친분을 쌓은 후 무대, 대기실, 연습실을 다니며 순간적인 모습을 스케치하였다고 한다.

발레리나를 그린 한 작품이 있다.

무대 위의 무희



<무대 위의 무희>는 드가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1877년 제3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해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발레 공연장의 분위기와 발레리나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객석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는 듯한 시선이다. 드가는 위쪽 좌석에서 공연을 본 것 같다. 환한 모습은 조명을 한껏 받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을 보통 가운데에 배치하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균형 잡히지 않은 대담한 구도가 눈에 띈다.


주인공 뒤에는 또렷이 보이지 않는 발레리나들이 있다.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왼편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이 보인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든다.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발레리나들은 대부분 가난한 소녀들이었다. 그들은 스폰서의 눈에 들어 신분이 올라가기를 꿈꾸었다. 그와 연관된 현실을 그림에 담고자 했던 것 같다.

드가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발레리나들의 비참한 현실을 보았다. 그는 무대 위에서 춤추는 그녀들의 아름다운 모습만 본 것이 아니었다.


'예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 그는 근대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 주었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말하며 그림자를 담아낸 예술가였다.


내 시선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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