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뒤에 숨은 눈물

로이 리히텐슈타인

by 책읽는아이린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은 만화를 예술로 끌어올린 화가였다. 1961년, 그는 상업 인쇄로부터 파생된 만화 이미지와 기법을 이용한 첫 팝아트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첫 작품은 〈이것 좀 봐 미키〉(Look Mickey,1961년)이었다. 이 작품은 그의 아들이 미키 마우스 만화책을 가리키며 "장담하는데 아빠는 저렇게 잘 그리지 못할 거예요, 그렇죠, 아빠?"라고 한 말에 시작된 도전 의식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고 한다. 같은 해에 그는 껌 포장지와 만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6개의 다른 작품들을 제작했다. 만화는 가볍고 대중적이라는 이유로 늘 저급 문화로 취급받았지만, 리히텐슈타인의 손에 들어가면서 고급 예술의 엄숙함을 대체하는 새로운 언어가 되었다.


그는 인쇄 매체에 쓰이던 벤데이 도트(Benday dots) 패턴을 그대로 재현했다. 광고 속 점묘, 만화 속 색이 그림에서 압도적인 크기와 강렬한 대비로 되살아났다. 작은 점들이 모여 얼굴을 이루고, 단순한 선 몇 개가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예술은 더 이상 고상한 형상이나 숭고한 주제가 아니라, 대중이 매일 소비하는 이미지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1964년에 그린 〈행복한 눈물(Happy Tears)〉은 그의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화면 가득 확대된 여성의 얼굴, 긴 속눈썹과 빨갛게 칠해진 입술, 그리고 흘러내리는 눈물 한 줄기. 그녀는 웃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울고 있다. 제목은 ‘행복한 눈물’이지만, 그 표정은 어딘가 불안하다. 리히텐슈타인은 만화 속 한 장면을 캡처해 냈을 뿐인데, 그 과장된 감정은 오히려 현실의 인간을 닮아 있다.

<행복한 눈물>


나는 그 웃음을 바라볼 때마다 '감정은 단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우리는 종종 웃으며 울고, 울며 웃는다. 슬픔 속에서도 안도가 있고, 기쁨 속에도 불안이 섞여 있다. 웃음과 눈물,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시대의 초상이었던 것이다. 웃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눈물조차 ‘행복하다’는 말로 포장되어야 하는 시대의 아이러니.


리히텐슈타인의 여성은 결국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매끈한 말풍선 속에 내 감정을 끼워 맞추며 살아가는, 광고와 기사와 SNS에 둘러싸인 현대인의 얼굴.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대, 우리는 모두 각자의 ‘행복한 눈물’을 연습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의 그림 앞에서 ‘거대한 말풍선’을 떠올린다. 정보와 감정이 범람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말풍선을 달고 살아간다. 리히텐슈타인의 여성들이 흘린 눈물은, 어쩌면 내가 하루 끝에 흘리는 눈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슬픔이든, 안도든, 혹은 이유 모를 울컥임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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