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by 책읽는아이린

『나무』

(대니 파커 글, 매트 오틀리 그림 | 강이경 옮김 | 도토리숲, 2014)


도서관 추천 도서 목록을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평소 산책을 하며 나무를 바라보는 일이 잦다. 아주 오래전 나무가 바다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나무는 내게 하나의 생명 그 이상이 되었다. 육지에 뿌리를 내리고 수억 년을 견뎌온 시간 앞에서, 나는 종종 인간의 삶을 떠올리곤 한다.


이야기는 ‘여리디여린 나무가 자라기 시작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큰 나무 곁에서 돋아난 작은 나무는 햇살과 바람, 비를 맞으며 자란다. 계절이 흐르고 보살핌 속에서 자라던 나무는 어느 날 벼락을 맞은 큰 나무를 잃는다. 뿌리까지 흔들릴 만큼의 혼란 끝에 나무는 혼자가 된다. 그러다 어느 날, 혼자가 된 나무 곁에 작은 새싹 하나가 자리를 잡는다. 나무는 다시 잎을 키우고, 크고 단단하게 자라 어린 나무와 함께 선다.


죽음과 순환에 대한 이 이야기는 나를 보게 한다. 나 역시 두 그루의 큰 나무 아래에서 자랐다. 한 그루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남은 한 그루는 이제 혼자 힘으로 햇빛과 바람을 견디기 어려워졌다. 삶은 그렇게, 누군가의 그늘에서 시작해 어느 순간 그늘이 되어주는 쪽으로 이동한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 흘러가다 닿는 한 지점처럼 느껴진다. 나무는 쓰러진 자리에 또 다른 생을 남기고, 사라진 뒤에도 뿌리와 흙으로 시간을 건넨다. 그렇게 생각하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자리를 내어주는 일에 가깝다.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에게 햇빛을 비켜주는 쪽으로 물러나겠지만, 그 또한 자연의 일부일 것이다.


죽음에 이르기 전에는 돌봄의 시간이 있다. 엄마는 오랫동안 가족을 돌보며 살아왔고, 병이 찾아와 이제는 돌봄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엄마에게 받았던 시간을 천천히 되돌려주고 있다.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면서, 이 시간이 언젠가 작별로 이어질 것임을 알기에 마음이 한층 무거워진다. 그렇지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틈이 있음에, 그리고 여전히 곁에 엄마가 있음에 감사하다.


이 시간을 건너는 동안, 시를 쓴다. 언어로 된 나무 하나를 키운다. 낮은 곳에서 흔들리는 것들, 쉽게 지나쳐지는 존재들에게 말을 건네기 위해서다. 돌봄의 고단함과 말로 다 담기지 않는 감정들은 시가 되어 밖으로 뿌리를 내린다. 시는 내게 또 다른 방식의 돌봄이며, 내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작은 그늘이다. 시라는 나무 아래에서 누군가가 잠시 비를 피하고, 숨을 고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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