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치글치1. 먹을거리와 도자기들로 눈과 입이 즐거웠던 재연도예
재연 선생님의 작업실에서 ‘글을 쓰는 이유’를 들고 여덟이 만났습니다. 재연도예는 처음 방문하는데, 교자봉에서 도자기 봉사를 하고 있는 선생님의 공방입니다. 생활도기들과 선생님의 작품들이 흐드러진 들꽃처럼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동아리는 역시 말랑말랑한 모임입니다. 찐 고구마가 예쁜 접시에 담기고, 귤과 과자, 떡과 커피가 탁자 위를 장식합니다. 토크는 역시 먹으면서 해야 재미있습니다. 먹어가며 근황을 나누다보면 써 온 글을 꺼내 읽어야 하는 긴장감에서 잠시라도 해방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각자 내면의 모습을 꺼내야 하기에 민감한 속성을 지닙니다. 얼마나, 어디까지 오픈할 것인지 결정된 뒤라야 입을 열지요. 어차피 다 들통이 나지만, 감출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봅니다. 친해져야 글쓰기가 자유로워지는데, 성인 집단은 그게 쉽지 않거든요. 다만 구성원 모두 봉사단에 소속돼 있다 보니 다른 집단보다는 믿음이 가는 구석이 있나 봅니다. 첫 모임에서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던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첫 미션은 동아리 이름 짓기입니다. 정말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했는데, ‘글치글치’가 당선되었습니다.
“음치, 몸치, 글치~ 하하하”
“그렇지 그렇지, 글치글치, 오잉?! 좋다 좋아”
서로에게 좋은 글쓰기 환경이 되어주고, 응원을 아끼지 말자는 의미가 컸던 것 같습니다.
이제 공동주제인 ‘글을 쓰는 이유’를 낭독해야 합니다. 글을 써온 이도 있고, 말로 대신하겠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낭독을 하고, 피드백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샘의 글에선 흙을 대하는 숭고한 마음이 느껴졌고, 글을 써야 하는 이유에 뉴런과 신경세포까지 등장시킨 샘은 긴 글을 쓸 줄 아는 사유를 지녔으며, 보고 들은 것들을 글로 연결시킬 줄 아는 샘은 멋진 비유를 들었습니다. 말로 전달해준 샘들도 그동안 글을 왜 썼는지, 앞으로 어떤 글쓰기로 삶을 만들어 갈 것인지 넉넉하게 나누었습니다.
글을 쓰고 합평을 하고, 책을 쓰고 윤문의 과정을 여러번 거쳤었지만, 내 안의 이야기를 낭독하는 일은 부끄럽습니다. 순서가 되자 내 목소리가 떨립니다. 읽어가면서 ‘내가 왜 이렇게 썼지? 이거 너무 한 거 아니야?’ 첫날부터 낯간지럽습니다. 다 듣고 한마디씩 합니다. 솔직한 심정이 잘 드러났다고, 마음이 전달됐다고 말입니다. 이렇게까지 꾸밈없는 모습을 전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공감되었다는 거, 낭독하다가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은 걸 보고 반응한 샘들의 측은지심에서 온 착각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