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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 Nov 22. 2024

짐을 덜어줄지도 모른다는 착각

글을 쓰는 이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하고, 책을 읽는 행위와 달리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거나 도자기를 빗고, 글을 쓰거나 작사를 하는 일련의 표현 행위는 제 안의 무언가를 꺼낼 줄 아는 사람의 향유물이다. 이러한 일종의 예술 행위는 자기만족이라는 절정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늘 글을 쓰고 있거나 쓰려고 하지만, 완성도 높은 글에 이르지 못해 끄적이는데 그치는 게 태반이다. 그러나, 그래도 그냥 쓴다. 쓰기가 삶에 밀착돼 있으면 생각의 정리나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힘이 된다. 또 서랍 한 구석에서 발견된 메모지나 공책을 뒤적이다 보게 되는 문장들이 문득문득 타임머신을 태워주는데, 그 기분이 쏠쏠하다. 문장을 보고 떠올리는 과거는 액면 그대로라기보다 덧붙여지고 가공된 모습으로 순식간에 둔갑하지만, 한껏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오래도록 한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어찌어찌하여 책을 쓰게 되었는데, 하필 잘 읽고 잘 쓰는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나도 써야 한다. 그런데 내가 쓰는 글이란 게 일과 관련된 칼럼이 대부분이다. 이제 나의 글쓰기는 독자를 사로잡는 가독성 높은, 일종의 책임감이 수반된 일이 되고 말았다. 삶을 가꾸어가는 글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부각시키는 글쓰기가 되었다. 


그래서 다시 글로써 삶을 가꾸어 보려고 한다. 생활 에세이는 나에게 좀 더 애써보라고 채찍질을 한다. 지금 하고 있는 후회를 반복하지 말라고 한다.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위로해 준다. 제발 그 감정을 쓰레기통에 빨리 던져버리라고도 한다. 그래서 내 안을 더 들여다보라고 속삭여 준다. 


지금은 내가 진 짐을 덜어볼까 하는 요량으로 글쓰기를 한다. 착각이란 것도 잘 안다. 짐은 어차피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이고, 글쓰기는 그걸 잘 겪어내라고 응원하거나 위로해 줄 뿐이란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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