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치글치'는 용인교육자원봉사센터에 소속되어 있는 봉사자들의 자율 동아리입니다. 글쓰기 모임이지요. 단톡방에 매주 한편의 글을 공유하고, 한달에 두번 만나 각자의 글을 낭독합니다. 봉사단에 속해 있지만 신생 동아리이며, 여기서 처음 만난 분도 있기에 서로를 속속들이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글쓰기 모임이다보니 상호간 역동이 아주 세차게 일어나고 있다고 해야 맞을듯 싶습니다.
모임을 여는 말로 '글치글치를 시작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나눠 보기로 했습니다. 겨우 세번째 모임의 주제로 성급하다는 생각에 잠시 주저했지만, 이미 단톡방에서의 반응이나 공유한 글을 보니 이야깃 거리로 충분하다 싶어 꺼냈습니다.
동아리 성원이 된 후 "글을 쓰게 된다." "글을 써야 겠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했습니다. 필요성과 의지가 가득했지요. 단 '글을 쓰겠다고 했지만,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시작은 하겠는데 마무리는 어렵다. 머리속에 스치는 이야기들, 알고 있는 것들을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와 같은 고민들로 가득했습니다.
'무엇을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으며, 함께 쓰면서 다독임을 받는 것 같고,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메모하게 되었으며, 언제든 글을 쓸 수 있게 노트북을 켜놓는다고도 했습니다. 주제가 주어지니 숙제같은 부담감으로 불편하지만 그런 압박감이 글을 쓰게 한다고 했던 말에는 몇몇이 공감했습니다. 그러게요.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쓰고, 강요를 받아야 쓰게 되는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창피를 당해서라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한 분도 있었습니다. 창피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마음이든 글력이든 무엇이됐든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겠지요.
경험에 의한 궁금증은 경험한 자의 답변으로 이어졌습니다. 말은 누군가와 나누는 일입니다. 들어주는 상대가 있어서 표정이나 추임새 등의 반응을 통해 흐름이나 내용을 바꿀 수 있지요. 하지만 글쓰기는 혼자하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쓰는 게 맞나? 순서를 바꿔야 하나? 아니 이 낱말 말고 더 잘 어울리는 말은 무얼까?와 같은 의문이 글쓰기 과정 내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결국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질문에 답하는 게 글쓰기입니다. 하지만 나 혼자 보는 글이 아니라면 독자의 반응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모일 때마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던 선생님은 '감사'를 주제로 한 글을 낭독한 뒤 "글을 쓰면서 가족들이 모두 떠올랐지만, 한 사람만 집중해서 썼다."고 했습니다. 글쓰기의 핵심인 마이너스 작업을 한 거죠. 또 한 분은 "나의 어디까지를 오픈해야 할지, 내 치부를 다 드러내는 것 같아 쓰는 행위가 두렵다."고 했습니다. 경험자는 말하지요. "작가가 곧 독자가 되면 어떨까요? 자신이 독자가 되는 글쓰기로 시작하다보면, 다른 이들에게 내보일 글쓰기로 이어질 겁니다."
재연샘의 도자기들과 깊은 향으로 가득한 재연도예
오늘도 눈물을 쏟았습니다. 아버지를 떠올리며 글을 낭독하다가 왈칵해버린 회원. 따라 울어버린 회원. 휴지 뭉치를 이리저리 옮겨주는 회원. 이렇게 잔잔하지 못한, 감정이 롤러코스트처럼 일렁이는 모임입니다. 모두를 웃어버리게 한 말 "우는 모임이야? 매번 울어?" 글쓰기 치유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읽다가 울고, 듣다가 우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지는, 이게 우리의 글쓰기 피드백입니다. 어리숙한 글쓰기 모임 '글치글치'를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