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와 가치보다는 재미
춤추는 걸 좋아하는 건지, 원래 흥이 많았던 건지,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좋은 건지~ 아이는 체육의 날(일명 체육대회)에서 댄스부 일원으로 운동장에서 공연을 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를 위해 몇날 며칠을 아침 일찍 등교하여 댄스 연습을 하더니 행사 당일에 댄스 공연을 아주 성공리에 마친 것 같다. 친구가 멀리서 찍은 해상도 낮은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선배들과 5명으로 구성된 댄스부에서 가장 작고 귀여운 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애초 빡세다는 댄스부 오디션에 합격한 것부터 맘에 안 들었지만, 1학년 중에 유일하게 합격했다니, 부모는 걱정이고 아이는 자부심이 생겼다. 2-3학년 선배들과 아주 호흡이 착착 맞아 춤을 추고 있었다. 표정만 봐도 행복해 하는 모습이다.
아이는 체육의 날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깨우지 않아도 일찍 잘도 일어났다. 댄스연습을 위해, 응원전을 위해,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이른 등교를 서슴지 않았다. 당일 귀가한 아이의 학급 티에는 굵은 매직으로 날려 쓴 반 아이들의 사인으로 가득하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인가 보다. 물질이 풍성한 시대를 사는 아이들은 학급 티 정도는 일회용이다. 의미나 가치보다는 재미가 우선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 앞에서 춤추는 일은 인정받는 일이며, 스스로는 아주 즐거운 시간일 터. 중학생이 된 이후 진하게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학기 초부터 동아리 2개 가입, 대학 연구팀의 연계 프로젝트 일원이 되고, 방과 후 수업도 한 가지 참여하고 있다.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은 없으며 그렇다고 한두 명의 아이에게 집착하지도 않는 성향이다. 이웃 엄마 시선으로 보면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아이, 새로운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아이로 보일 것이다. 이렇게 나열해 보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그런데, “엄마, 체육의 날 행사까지는 열심히 공부하지 못할 것 같아. 끝나면 못한 거까지 다 할게.”라고 했던 그 말이 ‘언제 그랬나?’다.
‘아이들이야 뭐 다 그렇지, 어른도 그런데 뭐.’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것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같다. 해야 할 일들은 수두룩하다. 그런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하고 싶은 것들 앞에서 무너지고, 늘어지고 싶은 에너지 없는 몸이 또 말썽을 부린다. 뿐만 아니라 시간 관리는 어떻고. 어쩌면 평생 어려운 게 신간 관리지 싶다. 나이가 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 스스로 세운 계획을 이룰 수 있으려니 싶겠지만, 절대 그렇지 못하다. ‘계획은 늘 세우는데 의미가 있다’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자잘한 흥은 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는 어른들 사이에서 아직 어렸던 아이는 친척이 모일 때마다 나름의 기획을 하여 공연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학교 운동장에서 공연을 한단다. 무엇이 됐든 앞으로 있을 수많은 기회들을 잡고, 또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춤은? 누굴 닮았냐고. 딱 여기까지만 즐겨 주기를 바라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