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의 짜증 전도사에게
새로운 부서에 오면서 나는 2명의 팀원과 함께 일하는 팀장이 되었다. 팀원 두 분은 나보다 최소 12살 이상 나이가 있으니 분들이셨다. 그리고 우리 세 명은 4평 남짓 단독 사무실에서 책상 세 개를 다다닥 붙여 일하고 있다.
그런 작은 사무실 안에 함께 일하는 팀원 중에
“짜증나” “븅신아니야?” “멍청해” 라는 말과 함께 자주 짜증을 부리는 담당님이 계신다. 고객사를 향해 짜증을 내고 사무실에서 크게 화를 내거나 고객의 컴플레인을 폄하하며 분노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짜증과 분노, 욕이 사무실에 전파된다는 것이다.
짜증 부리는 사람 옆에서 짜증 내는 소리를 들으면
나까지 인상을 쓰게 되고 괜히 짜증이 함께 난다.
그런 짜증 대왕 담당님의 감정에 늘 공감해주던 다른 담당님도 짜증을 내지 않던 차분한 성격이셨는데 어느새 일이 풀리지 않으면 인상을 쓰며 짜증 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작은 사무실 안에서 남의 짜증을 보며
내가 느끼는 짜증은 짜증이 나는 팀원의 상황에 공감되어 나는 짜증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저렇게 감정을 쏟아내며 짜증을 부리는 팀원에게 나는 짜증이다.
‘아 왜 자기가 짜증 난 걸 이렇게 사무실에서 표출하는 거지? 내가 만만한 건가? 감정의 자제를 못하는 건가?’
남의 짜증을 보면서 함께 일하는 내가 만만해 보이는 게 아닌 게라는 원인 분석까지 하게 된 것이다.
남의 짜증이 나의 스트레스로 전파된 것이다.
그 사람은 그냥 상황에 짜증 났고 자기 짜증을 크게 표출하면서 사무실내 공감을 얻으며 짜증을 풀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의도가 어떠하건 팀원의 짜증은 나에게도 다른 팀원에게 다른 방식으로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하루는 컴플레인 고객에 화가 났는지 전화기를 쾅쾅 때리면서 자신의 짜증 나는 상황을 분노하면서 짜증을 표출하였다.
속으로 나는
‘또 저러네. 그만 듣고 싶다..이 말을 어떻게 하면 기분 나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나의 목적은 그녀가 사무실에서 짜증 내는 게 내게 스트레스를 주니 그러한 감정표출을 자제시키고 싶다. 그러나 나보다 열 살이나 많은 담당님이니
최대한 감정을 상하지 않게 말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할지 고민했다.
날을 잡아 단둘이 커피 한잔하면서
혹시 일하시면서 힘드신 부분은 없는지 운을 떼며
사실 나는 담당님의 짜증을 보면서 그 부정적인 감정이 옮는 거 같다. 일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겠다 싶었지만,
굳이 단둘이 앉아 분위기 잡으면서
태도를 지적? 하며 얘기를 하기도 어렵고 고작 3명이서 일하는 공간에서 다른 한 분을 제외하고 그분만 불러내서 따로 얘기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날, 연달아 두 번이나 크게 짜증을 부리던 그녀를 보고
"오 담당님 하루에 짜증 몇 번 내시는지 세봐야겠어요ㅋㅋㅋ"
장난처럼 말하니 머쓱해하는 것이다.
'본인도 자기의 짜증이 과하다는 걸 아는구나. 그런 계속 웃으면서 인지시켜줘야겠다.'
다음날도 똑같이 연달아 두 번 짜증 부리는 모습을 보고,
"담당님 오늘은 아침부터 짜증을ㅋㅋㅋ 오늘 벌써 두 번째 신데 짜증 난다는 말 5번 하시면
사무실에 커피 쏘기 어때요?? 짜증을 전파하는 사람이 커피 쏘기요~!"
웃으면서 놀리는 식으로 말하니 사무실에도 웃으면서 받아들였고 그분도 머쓱해하였다.
'아 내가 이렇게 웃으면서 놀리듯이 얘기하면
상대방을 덜 민망하게 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인지시킬 수 있겠구나.'
그래서 그런지 그다음부터는 짜증 난다는 말을 쓰는 것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번에는 표현을 바꿔 "거지 같네."를 쓰시길래 이때도 놓치지 않고
"담당님 이제 유행어가 거지 같네로 바뀐 거예요??ㅋㅋㅋ"
점심을 먹을 때는 점심메뉴를 보고 투정하는 팀원을 보고 다른 직원이 음식 보고 투정 잘 안 하는 애가 왜 갑자기 투정이래? 하시길래
"담당님 이제 음식 투정으로 스트레스 푸시는 거예요?ㅋㅋ"
웃으면서 놀렸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놀릴 일 없이
그녀의 부정적인 감정 표출은 줄어들었다.
듣기 싫은 말과 하기 어려운 말 사이에서 혼자 스트레스받다가 하기 어려운 말을 농담처럼 던지니
생각보다 쉽게 문제를 풀어갈 수 있었다.
하기 어려운 말의 특정은 그 말을 해서 상대와의 관계 혹은 감정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상대방이 들으면 좋아하지 않을 말을 어떻게 하면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상대방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나의 솔루션은
"하기 어려운 말을 농담처럼 던져서 웃으면서 인지시키자"였다.
어떻게 놀려먹을지 고민하고 웃으면서 장난쳐보면
상대를 뜨끔하게 만들면서 덜 진지하게 상황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이것이 바로 유치하지만 유쾌한 언중유골의 미학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