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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곰 May 30. 2021

재택근무에 필요한 두 가지

feat. 재택근무 예찬론자

현재 재택근무를 한 지 8개월 차가 되었다. 지난 4년간 매일매일 회사와 집을 오가는 통근러의 삶에서 재택러가 된다는 것은 마치 자유를 얻은 노예가 된 듯하다. 똑같은 옷(오피스룩)을 입고 똑같은 점심(회사 근처 식당)을 먹는 획일화된 공산주의 국가의 노예에서 자유가 보장된 자본주의 국가의 노예로 편입된 기분이랄까. 잠옷 바지를 입고 출근하여 점심은 내가 먹고 싶은 걸 내 맘대로 먹을 수 있고 점심시간에 침대에 누워 오침을 즐겨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직장인이란 여전히 회사의 노예이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순간 나는 선진화된 미래형 노예가 된 기분이다. 근무시간에 내 시간이 얽매여 있어도 공간의 자유를 누리는 삶은 아주 짜릿하다.



더군다나 출퇴근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재택근무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닌가 싶다. 하루 3시간을 통근하던 생활을 했던지라 칼퇴를 해도 어느새 8시, 9시를 넘어가는 걸 볼 때면 시간이 야속했다. 나는 이제 퇴근하여 자유가 되었는데 하루가 이미 저물고 있으니 얼마나 허탈한지 모른다. 통근시간이 3시간이 넘어간다는 건 나의 하루가 곧 회사생활과 동일시되는 것이었다. 흑ㅠ내 시간은 어디로 간거니~~~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니 9시부터 6시 이후의 삶은 온전히 내 시간이 된다. 오전 8시 50분에 일어나서 바로 출근할 수 있고 출근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8시에만 일어나도 여유롭게 아침을 즐길 수 있다. 아침뿐만 아니라 저녁에도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오후 6시에 퇴근해도 하루가 끝나기까지 하루의 1/4인 6시간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최소 통근과 준비시간을 하루 2시간으로 잡고 주 5일을 하면 일주일에 10시간이 꽁으로 생긴 거다. 직장인은 회사에 시간을 내어주고 돈을 버는 사람이니 통근을 하다가 재택근무를 한다는 건 한 달에 40시간을 추가로 얻은 거다. 달리 말하면 내 40시간만큼 돈을 번 거다!!



재택근무 덕분에 공간의 자유, 시간의 자유를 얻었고 돈도 추가로 더 번 셈이다. 움하하하하 신나서 엄마한테 자랑했다.


"엄마 엄마! 내가 생각해봤는데 재택근무하면 나는 최소 월급을 10% 이상 더 받고 있는 거나 다름없어! 하루에 2시간씩만 회사 통근시간을 잡아도 한 달이면 40시간이나 꽁으로 얻은 거잖아!!"

"그럼 너는 그 40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데? 그 시간을 생산성 있게 보내야 돈을 번 거지. 그냥 잠만 자고 늘어져 있으면 의미 없지~"

"아 맞네...ㅎㅎ"


단순히 시간이  생겼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내게 생긴 소중한 추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냐였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 얽매여 공부하던 고등학생이 대학에 가는 순간 원하는 시간표로 수업만 들으면 자유가 되는 삶을 살게 되지만  자유를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 시간을 흐물흐물 보내고 만다. 그렇게 자유를 얻은 대학생이 되던 순간 우리는 배운다. 자유 뒤에는 그 시간에 대한 책임도 따라온다는 것을. 하루 이틀 재택 하는  아니라 재택근무가 장기화되고 새로운 근무형태로 자리 잡게 되는 만큼 어떻게 재택근무를 통해 나의 업무와 삶을 효율적으로 만들지 고민해야 했다.


적어도 회사에 출근하여 시간과 공간을 동료들과 공유할 때 우리는 눈치껏 할 수 있다. 나는 별 생각 없어도 적당히 눈치껏 회사 돌아가는 분위기에 발맞춰 흘러가듯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할 때는 주변을 보고 듣고 배우면서 혹은 분위기를 보면서 일하기 어렵다. 자칫 눈치 없이 시간을 놀리다가는 나 혼자 저성과자가 되거나 업무 방향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재택근무로 자유를 얻은 만큼 내게 주어진 자유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여 성과를 낼지도 온전히 나의 몫이 되었다. 내게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내가 재택근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달라질 테니 말이다.  



그러니 재택을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할 게 있다.


1) 늘어지지 않게 나를 잡아줄 하루/일주일/한 달 목표!

작년 이맘때 난생처음 재택근무를 시작할 때 집에서 일한다는 생각이 아닌 논다는 생각으로 스케줄러 작성을 멈췄었다. 출근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앉아서 오늘 할 일을 정리하지 않고 출근 직전에 잠에서 깨고 퇴근하면 자유롭게 늘어져있었다. 그래서 정리되지 않은 To-do list와 함께 내 하루는 목표 없이 자유롭게 흘러갔다. 시간을 추가로 얻었는데 생산성을 떨어지는 반전이 생긴 거다. 그래서 그 이후에 다시금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 위해 스케줄러를 꼼꼼하게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의 하루를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오늘 아침시간에, 업무시간에, 퇴근 후 시간에 내가 무엇을 위해 어떤 걸 하며 보낼지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가 없는 순간 우리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영업당하거나 인스타를 보면 기껏 얻은 시간을 날려 보낼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나는 주어진 자유로운 재택근무를 소중히 여기며 오늘 하루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질지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오늘은 출근 전에 신문을 읽어야지.

오늘 업무시간에 0000을 해야지.

오늘은 퇴근하고 글을 써야지.


그리고 그 하루들을 모아 일주일간 어떤 아웃풋을 낼지, 한 달간은 어떤 목표를 이룰지 정리한다. 그렇게 목표를 잡고 생산성을 높일 때 비로소 시간이 곧 돈으로 바뀐다.



2) 고립되지 않게 나를 리프레쉬해줄 바깥 햇살과 동료들과의 스몰토크!

홀로 벽과 컴퓨터만 바라보고 일하다 보면 업무시간은 노잼노잼 하다. 업무시간 쉼 없이 로봇처럼 주어진 업무만 찹찹 쳐내고 나면 만족감은커녕 홀로 일하는 시간이 꽤나 고독하고 암울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일하다 문득 창문 밖을 구경한다. 하늘을 바라보며 요즘 같은 푸르른 날씨를 감상하기도 하고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느라 지친 눈을 후레시하게 풀어지기도 한다. 몇 번 창문 밖을 보다 이마저도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 때면 마음 맞는 몇몇 동료들에게 슬랙(메신저)로 스몰토크를 한다.


"오늘 날씨 장난 아니네요~"

"다들 주말 잘 보내셨어요??"

"다들 점심 뭐 드시나요??"


가벼운 스몰토크를 하며 서로의 근황을 나누하기도 하고 점심메뉴를 공유하여 으샤으샤 점심때까지 힘을 내보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떨어져 일하고 있는 와중에도 별거 아닌 스몰토크로 같은 밥벌이를 하고 있는 동료들과 유대감을 쌓고 있다.


이렇게 외부와의 접촉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면서 나홀로 집에서 일하는 것에 고립되지 않고 새로운 기분이나 정보를 만끽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만 잊지 않고 채워줘도 아쉬울 게 없는 재택러의 삶이 완성된다.

영원해라 재택근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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