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일이다. 매달 1일이 되면 항상 시간의 흐름을 실감한다.
사실 평소에는 주말이 언제 오나 요일에만 신경을 쓰고 하루하루 날짜에는 별 감흥 없이 보냈는데 그래도 1일은 늘 새롭다. 어느새 월이 바뀌어있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매달 똑같은 혼잣말을 한다.
"와 벌써. 시간 빠르다!"
사실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덕분에 시간이 흐름은 달력만이 실감하게 하지 않는다. 달력을 보지 않아도 제철 과일들이 제철 음식들이 먹고 싶어질 때만 나는 시간의 흐름을 실감한다. 괜히 지난주부터 냉메밀이 먹고 싶고 과일가게에서 수박을 사고 있는 걸 보면 입맛이 먼저 여름을 반기나 보다.
'엊그제 새해 다짐을 한 거 같은데 이제 봄을 지나 여름이 왔구나!'
아직 올해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6월이라니 하니 괜히 지난 다이어리 기록을 뒤져본다.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지? 벌써 6월이라니.
하루하루 일상을 지낼 때는 천천히 가는 것 같다가도 돌이켜보면 '벌써 이렇게나?' 싶을 만큼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멀리서 보면 하루하루 똑같은 색으로 칠해진 평범한 일상 같아 보이지만 지난 달력의 숫자처럼 나의 하루도 미묘하게 달랐다. 그날그날 먹은 음식도 기분도 날씨도 그 모든 것이.
하늘 아래 같은 레드는 없다는데 하늘 아래 같은 하루도 없구나.
어쩔 때는 10분도 아까울 정도로 치열하게 보내다가도 또 어쩔 때는 하루 종일 게으름을 피우며 여유를 만끽하기도 했다. 시간을 내 맘대로 쪼개거나 이어 붙여 쓸 수 없을까 싶다가도 아무것도 안 해도 시간은 지나니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늘 새로운 시간을 살아가나 싶기도 한다. 만일 시간이 멈춰서 매년 같은 나이, 같은 시간으로만 산다면 어쩌면 더 재미없어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의 다가오는 여름이 좋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좋다.
몸 어디 하나 아프지 않고 이 코로나 시국을 무사히 헤쳐나가고 있음에 감사하고
하루하루 경험을 통해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가고 있음에 뿌듯하다.
2021년 6월 1일 나는 지나간 시간에 아쉬움보다 다가올 시간에 대한 설렘으로 6월을 맞이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에 남들보다 치열하게 뛰지 못해서 아쉽기보다 지난 그 젊음과 계절별로 나를 반겨주는 행복함이 없는 게 더 아쉬울 테니 말이다.
나의 올해 여름은 무슨 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