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직 면접을 보았다. 재작년에 이직을 하고 1년 9개월 만에 또다시 이직을 하면서 면접을 준비하니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된 취업 면접부터 승진면접, 이직 면접을 다 합치면 지금까지 7년간 총 23번의 면접을 보았다. 따지고 보면 1년에 3번은 면접을 본 셈이면서도 매번 자기소개를 하려고 하면 뭐라고 소개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최근 이직 면접을 앞두고 31살의 나를 소개하기 전에 지금까지 나의 면접을 회고해보았다.
지금까지 나는 23번의 면접을 경험하였고 그중 16번 합격했다. 그러니 나의 면접 합격률은 70%인 셈이다.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지 않는 승진면접이나 내가 그렇게 썩 가고 싶지 않아 방어적으로 본 면접을 제외하면 그래도 면접에서는 80% 합격율은 되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나는 서류전형보다 면접전형에 더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경력직 면접을 앞두고 긴장되는 걸 보면 면접은 언제 봐도 긴장되는 일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나를 모르는 이들에게 나를 세일즈하는 면접이 긴장되고 수고스러운 일임에도 내가 주기적으로 이직 면접을 보려고 하는 이유는 면접을 보는 것만으로도 분명 얻는 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나의 경쟁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이고 나의 기존 경력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이다. 굳이 이직을 고려하지 않고 현직장을 다니면 기존 업무를 정리하는데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글을 통해 환승 이직을 사랑하는 경력직으로서 이직 면접을 보는 나의 마인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직 준비를 하다 보면 괜히 마음이 붕붕 떠서 기존 회사 업무를 소홀히 하기 쉽다. 이전에 나는 연차를 쓰거나 기존 업무를 해야 할 시간에도 이직 면접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연차를 쓰면서까지 시간을 투자해 준비하면 꼭 붙고 싶다는 간절함도 생긴다. 꼭 붙고 싶다는 간절함에 연차를 쓰면서까지 준비한 걸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렇게 간절하게 나의 기존 업무를 소홀히 하면서까지 준비하다 보면 면접장에서 긴장을 하게 된다. 간절한 만큼 긴장된다. 그래서 나의 능력을 여유롭게 보여주지 못한다.
또한, 나의 기존 업무을 희생하면서까지 면접을 보았는데 떨어진다면, 멘털이 무너져서 회복되는데 며칠은 걸리더라. 그러니 기존의 나의 일상을 희생하면서까지 이직 면접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하루 이틀 면접 더 준비한다면 붙을 사람이 떨어지고 떨어질 사람이 붙지 않더라.
더불어, 면접에서 지금 하는 일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다면 그 또한 문제이다.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데 있어 지금의 업무를 소개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러니 면접을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내가 하는 일에 얼마나 자신감이 있고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느냐이다. 고로 현재 업무를 열심히 하는 것 또한 면접 준비이다.
꼭 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긴장하게 만든다. 긴장하면 나의 능력을 십분 표현하지 못한다. 이성 사이에도 여유가 느껴지는 상대에 끌리듯이 면접관에게도 여유를 풍겨야 한다. 마치 여기 아니어도 오라는데 많고 기존 회사에서도 에이스 대접받는다는 분위기 말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없는 여유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이직을 했을 때 잃게 되는 점(리스크)과 현직장에 계속 다녔을 때 얻을 수 있는 베네핏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혹은 그 회사에 대한 단점이나 나와 맞지 않는 점을 찾아보자. 그리고 장단점을 동시에 두고 긴가민가한 마인드를 가지고 면접을 보자. 혹은 떨어져도 내가 잃을 건 없다는 마인드도 좋다.
면접에 임할 때, 여유를 풍기는 두 번째는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준비하는 것이다. 나의 기존 커리어를 정리하고 예상 질문을 뽑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해당 기업의 서비스나 전략에 대한 스터디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그 회사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나 지원하는 직무에서 내가 해보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고민해가는 것이다. 이렇게 고민해가면 내가 그 회사에서 어떤 걸 할 수 있을지가 그려지고 회사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을 보여줄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아래와 같이 체크하면 준비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준비하되 나의 일상과 기존 업무가 방해받지 않아야 하는 선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성과를 포장하지 말자. 최근에 여러 이직 면접을 보면서 느끼는 건 예상 질문이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면접은 꼬리 질문이 많다. 면접자가 정말 한 일인지 어떻게 한 일인지 확인하고자 면접관은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러니 내가 한 업무는 situation, task, action, result 순으로 업무를 정리해야 한다. 이렇게 꼼꼼하게 나의 이전 업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면 과장이 섞일 수 없다. 명확한 액션과 결과를 보여주면 된다. 굳이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는 성과를 넣을 필요가 없다. 내가 못 믿는 성과는 남도 믿게 하기 어렵다.
면접을 보는 순간부터 이직에 성공하면 남은 연차를 소진하고 쉴 생각에 마음이 붕 뜬다. 그러다 보면 이직에 떨어졌을 때의 타격도 크다. 그러니 합격의 김칫국을 마시기 전에 내가 이 면접에 떨어지면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워둬야 한다. 현재 직장에서 좀 더 경력을 쌓을지, 아니면 새로운 회사에 추가로 이력서를 지원해보면서 여기 말고 다른 곳의 선택지를 들고 갈지 말이다. 그렇게 불합격을 대비한 플랜 B를 세우면 결과에 크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
또한, 다양한 선택지를 위해 다른 회사도 지원하고 있다면, 면접을 볼 때 '너네 말고도 다른 회사도 지원 중이거든^^' 이런 마인드 볼 수 있으니 자연스레 여유가 생긴다. 설사 면접 본 회사에 붙어도 다른 회사도 지원하고 있으니 최종 연봉이나 복지 등을 비교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그러니 면접 본 회사의 결과만 목메고 기다리지 말고 다른 할 일을 준비해보자.
그러니 현재 면접을 진행하는 중이라면 다른 곳에 또다시 서류도 넣어보거나 이직 말고도 다른 취미, 개인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요약하자면, 이직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과 여유이다.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여유롭게 면접을 보는 것이 경력직 이직의 정석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쌓기.
1) 현재 업무에 최선을 다해서 현업에 자신감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 스스로 했던 업무들을 situation/ task/ action/ result로 정리해보면서 나의 능력을 스스로 정리하고 설득해야 한다.
3) 면접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모든 질문 정리해보고 해당 비즈니스나 직무에 대한 나의 의견도 준비하기.
이직에 대한 여유를 갖기.
1) 나의 기존 일상을 희생하면서까지 간절하게 준비하지 말자.
2) 면접 보는 회사의 단점도 정리해보며 그 회사를 갔을 때의 리스크도 고려해보자.
3) 여러 회사에 지원하거나 떨어졌을 때 나의 향후 계획도 생각해두자.
+블라인드 내에서 경력직 면접을 대하는 여러 직장인들의 조언도 첨부하였습니다. 함께 참고해서 보시면 더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