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극곰 Jan 19. 2020

일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유가 있다.

직장생활 5년 차, 5번의 부서이동을 하였고 그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직장인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을 분류해보면 일을 잘하는 사람, 일을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사람, 그리고 일을 못하는 사람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경영도서 혹은 브런치의 글에서는 '일잘러'에 대한 특징을 정리한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일잘러'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어쩌면 회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은 '일을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사람'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깊은 빡침을 주는 유형은 '일을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회사에서 본 '일못러'에 대한 특징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제대로 듣지 않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일을 못하는 사람과 일하기 제일 힘든 이유는 그들은 제대로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본인의 말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보낸 메일을 보긴 했는지 물어본 내용에 대한 답이 없어 기다리고 기다리다 전화를 해야 그제야 "아차" 혹은 "언제 그런 메일이 왔지?" 찾아보는 식이다.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않으니 놓치는 일도 많다. 그리고 본인의 일은 "어디까지 어떻게 진행 중이니 언제까지 마무리하겠다."라는 식으로 피드백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주어야 상급자 혹은 동료들이 일의 진행방향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그들은 "노력할게요.", "일단 알겠습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그냥", 이런 모호한 말을 자주 쓰며 구체적인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피드백이 모호하여 도대체 언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건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이것은 '일못러'들과 일할 때 가장 답답한 부분이며 '일못러'들의 일처리에 불신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 일의 우선순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일에 끌려다닌다.

회사에 한 팀장님이 상사에게 깨지고 나서 내게 하소연을 했다. "일은 일대로 하는데 성과는 없고 힘들다. 정말" 그분이 하루 종일 회사에 있지만 하루에 2시간 이상을 여기에 치이고 저기에 치이고 있음을 보았기에 그의 말에서 그의 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일을 스스로 통제하려면 자신의 과업을 긴급도와 중요도로 구분하여 빠르게 처리할 일은 빠르게 처리하고 중요한 일은 집중해서 처리하여 업무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일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다. 반면 '일못러'들은 본인의 시간과 업무를 제대로 분배하지 못하여 빠르게 처리할 일을 느리고, 중요하게 처리할 일은 대충 처리한다. 그래서 그들은 일은 일대로 하지만 욕은 욕대로 먹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고 만다. 그러다 보니 일은 재미없고 일의 주도권을 상사에게 빼앗기고 마는 것이다. 상사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나면 이제 끊임없는 감시와 불신 속에서 일에 끌려다니게 된다.



3) 회의시간에 말이 없다. (주관이 없다.)

회의시간은 같은 부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업무를 얘기하고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다 같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데 한마디 하지 않고 있는 직원이 한두 명 있어 리더가 그들에게 마지막 발언권을 주니 "저는 아직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뒤로 숨는 모습을 보았다. 회의시간에 기억에 남는 사람은 '본인의 생각을 멋있게 어필한 사람'과 '바보같이 보인 사람' 두 부류이다. 그래서 적어도 '바보같이 보이지 않도록' 준비해 가야 한다. 그런데 '일못러'들은 회의시간에 발언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회의시간에 가장 쉬운 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의 생각을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주관(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 직장인이라면 문제 해결을 위한 본인만의 대안과 주관은 늘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막상 발언권이 놓였을 때 본인이 얼마나 욕심 없이 허술하게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4) 불평, 불만이 많고 늘 남 탓을 한다.

입사해서 심각하게 일을 안 하고 못하는 팀장님을 보았다. 출근하면 야구 경기만 보고 상사에게 혼나도 그때뿐이고 도무지 일을 하지 않았다. 본인이 일을 그 정도로 안 하면 주변 동료들에게 민폐인데도 일을 하지 않는 그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대단하다 싶기도 했다. 결국 그는 징계성 발령으로 멀리 유배지로 좌천당하게 되었다. 그리되면 반성할 때도 되었는데 이분은 떠날 때까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른 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상사 탓, 회사 탓을 하는 것이다. "내가 여기 떠나서 너무 좋은데 여기 남은 사람들이 걱정돼서 말이야! 그 양반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자기반성은 없고 목이 쉴 새라 남 탓을 하는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상황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지 않고 남에게서만 찾는 것이다. 물론 불만은 누구나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대안 없는 불평, 불만은 감정 소모에 불과하며 본인이 문제 해결의 능력이 없음을 증명하는 꼴이다.



5) 성과(수치)가 아닌 본인의 노력을 강조한다.

회의시간에 업무 진척도가 낮아 책임자가 팀원들에게 "여기서 진짜 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라고 말하니 50대 고참 팀장님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는 진짜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당당한 그의 태도에 책임자가 그럼 해당 팀장님 수치를 한 번 볼까요 했는데.. 이게 웬걸.. 제일 낮은 수치였다. 그래서 이게 뭐냐 물었더니 "정말 현장 다니면서 하라고 말했는데 안된 겁니다. 저는 정말 일을 했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이다. 일은 내가 '이렇게 하라고 말했다.' '이렇게 늦게까지 일했다.'라는 식으로 나의 정성(인풋)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량적 수치(성과/ 아웃풋)’로 말하는 것이다. 얼마나 문제가 해결되어 얼마큼 수치상 변화를 이끌어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직장에서는 '열심히'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잘' 처리했는지를 보여줘야 하는 곳이다.



일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늘 핑계와 이유가 있다.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상황만 탓하며 본인만의 해결책을 준비하지 않는다. 직장인이 월급을 받는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할을 위해서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제 해결"을 잘하는 사람을 보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 '문제 해결'은 어쩌면 업무적 역량보다도 '일에 임하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문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주도적으로 임하려는 자세 말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5년 차 직장인으로 '일잘러'와 '일못러' 선배들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차이였다.



*5년차 주니어의 시각으로 본 경험담입니다. 부족할 수 있지만 5년차는 이렇게 보고 있구나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저 또한 부족하여 제가 했던 경험들도 녹아져 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유혈전으로 번진 '손절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