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괴롭힘은 어디에 신고해야 하나요.
지점장님이 나를 괴롭히는 방법 다양해졌고 교활해졌다. 심지어 함께 근무하지 않는 사람들도 알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점장님은 다른 부서 동료들에게 자기 밑에 있는 사람 험담을 즐겨했는데 내가 표적이 된 이후에 그 험담의 주인공이 내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함께 일해보지도 않은 사람에게도 조롱당하곤 했다.
사실 뒤에서 뿐만 아니라 앞에서도 험한 말을 들었으니 뒷담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무실에 손님이 와도 그녀는 별거 아닌 일에 내게 소리를 질러 들어왔던 손님들도 다시 뒷걸음질 치며 사무실을 나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분위기를 진정시키고자 "죄송합니다. 지점장님"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되레 소리를 질렀다.
"죄송하다고 하지 마! 죄송합니다라고 하기만 해 봐. 아무 말하지 마. 니가 다 책임져."
잦은 폭언 속에서 나는 점점 시들어갔다.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맞는 말을 해도 무시하기 일수였다. 한 번은 본사 직원들이 우리 지점에 와서 지점장님과 나 그리고 본사 직원 5명이 와서 미팅을 하기로 한 적이 있었다. 그 본사 직원 중에는 내 동기도 있었다. 그렇기에 혹시나 다른 본사 동료들 더군다나 내 동기 앞에서도 지점장님의 폭언과 조롱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얼마나 두려웠는지 꿈에서 지점장님이 나를 조롱하고 비아냥대며 말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렇게 악몽에 눈물을 흘리며 밤새 뒤척였다. 다행히 미팅에서 내가 우려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후 당시 미팅에 오셨던 본사 과장님께 전화를 했는데 업무 얘기만 나누다가 과장님이 전화를 끊기 전에 나를 위로해주셨다.
"이주임 되게 밝고 발랄한 사람으로 봤었는데 엊그제 미팅에서 너무 다운되어 있어서 놀랐어. 내가 알던 이미지가 아니어서. 왜 지점장님이 힘들게 해? 원래 말 많은 사람이잖아. 너무 신경 쓰지 마~"
업무적인 대화만 하던 과장님이 오랜만에 나를 보고도 시커멓게 타버린 내 속마음을 알아봤고 위로를 건네주었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받는 따뜻한 위로에 전화를 끊고 눈물을 흘렸다. 당시 27살의 나는 지점장님의 폭언과 괴롭힘에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졌었다. 그녀의 분노에 나도 잘못했다고 생각했고 내 안에서 문제를 찾으려고 했다. 문제가 나라면 바꿀 수 있으니 티끌만 한 실수라도 한 게 없는지 되돌아보고 되돌아보았다. 그렇게 나는 그녀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납작 엎드려서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당시 나는 입사 3년 차로 이직을 하기에는 애매한 경력이었고 신입으로 재취업하기에는 애매한 나이였다. 경력도 나이도 애매한 상황에서 마주한 상사의 괴롭힘은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괴롭힘을 기록하여 인사팀과 면담을 할까도 고민했지만 그녀의 괴롭힘은 점차 은밀해졌고 그녀는 회사에서 꽤나 잘 나가고 있었다. 회사에서 키우는 젊은 리더 중 하나로 손꼽아지기도 했고 회사를 대표하여 포탈사이트에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녀가 괴롭힘을 넘어 나를 학대했다는 걸 신고한다고 한들 조직이 고작 주임 나부랭이인 내 편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직장인 괴롭힘'의 무서움이다. 조직이 과연 누구 편을 들까? 조직이 과연 나를 보호해줄까?라는 고민 속에서 나는 '을'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보호를 간절히 요청해야 하고 혹시나 가해자가 나에게 괘씸죄를 물어 더 크게 학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그래서 '이 직장을 내가 나가야지'라는 강한 결심 없이는 함부로 움직이기 쉽지가 않다.
'밥줄'이 달린 일인 만큼 '직장 내 괴롭힘'은 괴롭다. 퇴근 후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잠들어서도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루에 절반을 보낸 곳에서 받은 괴롭힘은 그렇게 내 영혼까지 병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