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선을 넘는 사람들

by 북극곰

길게는 하루의 절반, 짧게는 하루의 삼분의 일을 생활하는 회사에서 직장동료와의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공적인 관계임을 염두하고 업무적으로만 대한다면 굉장히 심플해지지만 회사 동료를 넘어 친구, 언니, 아빠 같은 사람이라고 둘 중 누군가 착각하는 순간 복잡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공적인 관계에서 선을 넘는 사람들은 굳이 직장에서 말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끄집어내려고 한다.



한 번은 회사 선배와 야근하면서 '돈을 얼마 모았나'라는 얘기를 하다가 그 선배가 나에게 무심코 "너희 아버지 뭐하시니?"라고 물었다. 먼저 "느그 아버지 뭐하시니?"라는 질문 자체는 상대방 집안의 경제력을 판단하려는 상징적인 질문이라고 여겨지는데 이걸 아무렇지 않게 묻는 태도에 놀랐다. 그리고 아버지가 계신지 안계신지도 모르면서 잠정적으로 아버지 계신다는 것을 전제하고 질문하는 배려심 없는 처사에도 어이가 없었다. 단순히 회사 선배이기에 자세히 말하기 싫어 답변을 피했지만 아직도 나는 그 얼탱이 없는 질문을 잊지 못한다.



그 이후에도 나는 회사에서 선을 넘는 질문을 꽤나 많이 받았다. 그들은 나보다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조언이라도 해주는 척하며 무례한 질문을 하곤 했다.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남자친구에 대한 호구조사를 한다. 노골적으로 "남자친구네 집 잘 살아?"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보았다. 우리 엄마도 안 할 질문을 왜 회사 사람이 내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냥 답변을 회피하고 말았다. 그 당시에는 너무 당연하게 물어보는 사람의 당당한 태도에 나조차 당황해서 답변을 피하는 게 최선이었으니 말이다.


최근에는 회사 여직원 4명이서 밥을 먹는데 내가 이전에 경험한 '선 넘는 사람'을 넘어서는 역대급 '선을 뛰어넘는 사람'을 보았다. 다 같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그녀는 다른 팀 여직원에게 '선 넘는 공격'을 쉴 새 없이 했다.


"너네 좁지? 아들 셋인데 얘들 커지면 이사 가야지?"

"남편이 알아보고 있어요."

"어디로 가게? 갈 곳은 정했어?"
"글쎄요.. 뭐 시댁으로 들어가서 시댁이랑 집을 바꿀 수도 있고요."

"시댁? 시댁 부모님은 어디로 가시고??"

"시골로 내려가신대요."
"그런데 너 시어머니가 얘들 봐주시면 용돈은 드리니?"
"관리비 내드리고 있어요."

"관리비? 용돈 안 드리고? 시어머니는 일하셔?"

"어머니 곧 정년퇴직하세요."

"용돈 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듣다 못한 나는 덜 익은 듯한 빨간 탕수육을 보고 "어 이거 보세요. 탕수육이 덜 익은 거 같은데요?" 말하며 화제를 전환시켜 '선 넘는 공격'에서 무참히 당하고 있는 담당님을 구해드렸다. 본인이 신나서 말하는 것도 아니고 왜 남의 가정일을 회사 선배라고 저렇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까발리는 걸까. 듣기만 하는 나도 숨 막히는데 그 공격에 하나하나 답변해줘야 하는 사람은 오죽할까. 그 대화를 들으면서 속으로 '누가 들으면 무슨 친정엄마라도 되는 줄 알겠다.. 친정엄마가 할 법한 질문인데..' 생각이 들었다.



선을 뛰어넘는 사람을 보며 앞으로 누군가 저렇게 선을 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보지 말고 속으로 드는 생각을 나도 바로 말해야겠다. 본인의 질문에 부끄러움을 본인이 가져가야 하니 말이다.


"어머 무슨 저희 엄마도 안 하는 질문을 회사에서 다 듣네요^^ 그러는 대리님 남편은 한 달에 얼마 버시는데요?"


회사에서는 제발 선을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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