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새로운 '여자'직원이 들어왔다.

by 북극곰

나는 입사 후 남초 부서에서 2년째 홀로 '여자사원'이었다. 그러나 홍일점 생활은 오래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나보다 6개월 먼저 들어온 여자 선배가 우리 부서로 발령이 온다는 것이었다. 이동 발령이 잦은 회사이기에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난리였다. 50이 다 되신 남자 과장님은 새로 올 여자 주임의 동기에게 "예쁘냐?"를 물었다. 그리고서 나를 가리키며 "쟤보다 예뻐?"라고 물었다. 순간 기분이 불쾌했다. 나를 걸고넘어지는 것보다 '여자'직원이 온다고 하니 '외모'부터 물어보는 저급한 발언이 불쾌했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 직원이 왔을 때는 "잘생겼어?"를 물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여자'직원이 온다고 하면 너무 당연하게 '얼평'부터 나왔다.


그 이후에 나와 동갑인 여자 후배가 입사했다. 그때도 나는 똑같이 여직원에 대한 얼평을 들었다. 50대 여자 과장님은 내 복장을 지적하며 "새로 온 사원 예쁘더라~너 긴장 안 할래?"라고 말하며 얼평과 비교를 동시에 시전 하셨다. 그 이후에도 그녀와 나는 남자 선배들에게 누가 더 예쁘지를 놓고 알게 모르게 얼평을 당했었다. 외모로 일하는 직업도 아닌데도 '여자 사원'에게 얼평은 숙명인 건가.


남자들만 있던 공장에 발령 난 신입 여자 직원은 공장에 '여자'가 온다는 이유로 공장 남직원이 모여서 새로 올 여직원을 기대하며 자기네들끼리 축하주를 마셨다고 하니 '얼평'정도는 애교인 것 같기도 하다. 자기들끼리 어떤 ('외모'의) 여직원이 올 때 설레어했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기쁨조로 입사한 것도 아닌데 '여자 직원'의 외모는 업무능력보다 '남자 동료'들에게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여자' 직원의 얼평은 비단 사원급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한 번은 초고속 승진을 한 젊은 여자 과장에 대한 글이 블라인드를 도배했다. 업무적인 내용, 성격 지적을 넘어 "얼굴도 못생겼던데"라는 얼평도 받아야 했다. 비슷한 성향의 남자 과장에 대한 글에서는 볼 수 없는 '얼평'이었다.


소개팅하러 것도 아니고 일하러 곳에서까지 40 이하의 젊은 여자는 '얼평' 받아야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여자를 동등한 인간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는 일부 남자들의 수준 떨어지는 행동이라고 본다. 물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직원의 얼평을 부끄러워하는 남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무렇지 않게 여자 직원에 대한 얼평에 동참한다. 그리고 어쩌면 '얼평'에서 끝나면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 수준 낮은 '몸평'이 더해진 성희롱이 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직도 여자를 비천하게 보는 '남존여비'의 조선시대 사고방식이 '얼평'이라는 모습으로 21세기에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여자는 자고로 예뻐야 한다.'는 지극히 남성주의적 시선 말이다.


작년에 서강대에서 한 남학생의 정도면 얼굴 괜찮다.", "우리 세션 여자애들 정도면 괜찮다."라는 발언이 언어 성폭력으로 규정되며 학생회 징계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예쁘다는 말도 못 하냐는 일부의 분개도 있었지만 '예쁘다'는 말이 본인 입장에서는 칭찬이었을지 몰라도 그 말을 깊이 들어다 보면 여성을 미적 (성적) 대상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담겨있다. 너무나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여자들은 들어야 하는 외모에 대한 얘기이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올바른 발언이 아니기에 당연한 처사라고 본다. 누군가 "너 정도면 얼굴 괜찮다"라는 발언을 칭찬으로 듣고 넘긴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너 얼굴이면 남자들이 밤잠을 설레하지”라는 성희롱도 칭찬으로 넘겨야 하니 말이다.


그러니 본인 눈에 예쁘던 안 예쁘던 속으로만 생각하면 그만인 일이다. 본인이 미스코리아 심사위원도 아니고 굳이 왜 쓸데없는 얼평을 주고받느냐는 것이다. 4년 전 신입사원 시절 회사에서 듣던 얼평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최근 대학가 얼평 사건을 보니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체감한다. 부디 내 후배들은 회사에서 '얼평'을 듣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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