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과 농담을 구분하지 못하는 팀장님에게
나는 남초 직장에서 ‘여자’ 직원으로 4년 차 일하고 있다. 신입사원 때에는 우리 부서에 나 혼자 여자였고 지금도 여전히 홀로 ‘여자’ 직원을 맡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농담을 가장한 성희롱을 듣고 있다.
최근에 다른 선배와 미팅룸에서 둘이서 업무 미팅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다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나왔는데 비슷한 연배의 30대 선배가 웃으면 한마디 하더라.
도대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살면 저런 말을 하지? 평소 다른 팀장님들과도 개별 미팅을 자주 하는 내 업무상 저런 말 같지 않은 말은 황당함을 넘어 불쾌했다. 평소 특별히 친분도 없는 동료와 단순히 업무상 미팅룸에서 둘이 미팅하고 나왔는데 남녀라는 이유로 초딩 같은 농담을 던지는 것이다.
아무도 재밌어하는 사람 없는 그 농담을 듣고, 성희롱 인지도 모르고 낄낄거리며 농담이라고 지껄이는 그 선배를 보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도 그는 “철컹철컹”이라는 의성어를 내며 농담으로 받아들이더라
뒤이어 부서 전체가 다 같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앉아 있는데 내가 입은 트렌치코트가 화두가 되었다. 과장님 중 한 분이 내 트렌치코트를 보며 어느 브랜드냐고 물으면서 그 자리에 있던 8명이 모두 내 옷을 쳐다보았다.
“트렌치코트 멋있어~ 어디 브랜드야?”
"ooo브랜드입니다."라고 대답했고
패션 브랜드를 다루는 우리 회사에서
여성 브랜드 전문가이신 차장님은 브랜드명을 듣자마자
“그럼 199,000원 정도 하겠네.”라고 바로 대답하셨다.
“오 정확하셨어요!” 내 답변에
다른 팀장님이
“브랜드 치고 싸네.”라고 말하시는 말 뒤에 그 선배는 또다시 그 틈을 끼어들었다.
혼자 낄낄거리며 말하더라.
그 말에는 젊은 여직원과 늙고 높은 남자 상사 간에 뭔가 놀림거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성희롱적 의도가 다분히 느껴졌다. 그 선배의 수준 낮은 말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아 넘어갔지만 나는 그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그 선배의 이전 성희롱에 이어 두 번째 성희롱도 똑똑히 들었다. 수치스럽고 불쾌했다.
사실 남초 회사에서 ‘여자’ 직원으로 살면서 살짝이라도 방심하면 성희롱이 성희롱인 줄 모르고 내뱉는 무식한 아저씨들의 성희롱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당하게 된다. 다행히도 4년 차의 직장생활 내공은 내게 갑작스러운 성희롱에
“그거 성희롱이시거든요? 윤리위원회 번호가 몇 번이었더라”
라고 받아치는 순발력을 만들어주었지만 여전히 예상치 못한 성희롱에 당황하고 불쾌하긴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앞으로 얼굴 보고 일할 동료에 대한 배려이자 분위기를 망칠 수 없는 막내의 역할 속으로 성희롱의 가해자가 민망하지 않은 수위로 맞대응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멘트는 고정적이었다.
“팀장님 그거 성희롱이에요. 신고 번호가 몇 번이었더라” 이렇게 순화시켜 고작 상대에게 성희롱임을 인지시키는 대응방법뿐이었다. 성희롱을 당한 건 나인데 가해자의 무안함까지 생각해줘야 하는 기막힌 현실이다.
그럼에도 도저히 그 고정적인 멘트로 대응하기에는 도를 넘는 성희롱도 있었다.
여행을 가려고 연차를 쓰려고 하니
"누구랑 가는 건데? 최근에 남자 친구 생기더니 벌써 여행 가는 거야?ㅋㅋㅋ"
"팀장님 어머니랑 갑니다."
"그래그래 대외적으로 그렇다고 치자”라고 하며
아주 사적인 부분까지도 장난이란 말로 성희롱하던 팀장님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성희롱이니 그만하시죠.”라고 말했다. 정색한 내 반응은 낄낄거리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회식 자리에서 함께 술을 마시면서
제일 만만하고 직급이 낮은 여직원에게
"우리 00이 술 마시니 눈이 촉촉해지니 예쁘네.
오늘 집에 늦게 들어가."라고 말하면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 상사도 있었다.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 인 줄 알던 그 팀장님의 수준 낮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에 회식자리는 모두가 불편해하며 파토났다. 친목은 커녕 멀어지는 회식을 끝으로 더이상의 회식은 없었다..
앞선 여러 차례 사내 성희롱 속에서의 당황은 내게 앞으로 있을 성희롱에 대해 준비할 기회를 주었다. 특히나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그 선배의 성희롱에 순간 “그거 성희롱이시거든요”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농담인 줄 아는 그에게 3번째 성희롱은 어떻게 되갚아줄지 준비하고 있다.
“선배님 농담이랑 성희롱 구분 좀 하세요. 하나도 재미없거든요. 50대 아저씨도 아니고 왜 그러세요? 노잼 성희롱 변태 줄여서 노성변이라고 부를게요~어때요? 선배 별명?”
그리고 회사에서 아주 노잼+성희롱+변태로 브랜딩을 시켜보려고 한다. 본인이 내뱉은 말이 본인을 어떻게 보이게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 선배가 던진 농담에 나는 이를 간다.
혹시 기분 나쁘셨어요? 노잼+성희롱+변태님? 저도 장난으로 한 말인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