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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곰 Jun 08. 2020

나는 왜 손절한 친구에게 다시 연락했을까?

올 초, 나는 굳은 결심 끝에 함께 살 정도로 친했던 친구와 손절을 했다. 그 당시, 나의 인내심은 한계라고 생각했고 더 이상 그녀와 친하게 지낼 의지가 없었다. 그녀에게 화나 있었고 그녀를 미워하고 있었다. 좋았던 기억은 어느새 나쁜 감정으로 뒤얽혀 희미해져 있었다. 그리고 솔직함이라는 무기 앞에서 그녀와 나는 마지막의 처참한 손절식을 끝으로 인연을 끊고 말았다.



그런데 왜일까? 그렇게 손절하고 나서 오히려 속이 시원하기까지 했던 그 친구가 지난달부터 계속 생각이 났다. 뭐랄까.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한두 달은 속 편하다가 그 이후에 오는 후폭풍 같은 감정일까? 그녀에 대한 나쁜 감정 뒤에 숨었던 좋았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아 그때 그냥 내가 참을걸. 그렇게까지 말하지 말고 내 감정이 풀릴 때까지 거리를 둘 걸. 뭐가 그렇게 화가 나서 그 감정을 친구에게 털어버리고 관계를 끊어버렸을까.'



그때 우리에게는 서로 느낀 감정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아닌 감정을 털어낼 거리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아주 가까이 지내면서 가진 불만과 오해를 잠시 떨어져서 감정이 풀릴 시간을 주는 것 말이다. 뒤늦은 후회가 밤마다 나에게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내 성급한 행동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더 이상 후회하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내서 친구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그 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다시 친구가 되어 보자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진심으로 그때 너를 정말로 좋아했다고 이렇게 마지막에 상처만 주고 손절한 나의 행동을 사과하고 싶었다. 그녀가 답장을 하건 하지 않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시간이 지나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내 자신이 더 이상 후회에 얽매여 있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내 메시지를 읽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나는 '읽음'이라는 글자 속에서 대답 없는 그녀의 무언의 메시지를 보았을 뿐이다. 어쩌면 한번 엎질러진 물이기에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나도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쓴 메시지도 아니었다. 내 손으로 끊어낸 친구에 대한 죄책감을 덜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도 보낸 메시지를 지운  며칠을 보내는데 이번에는 다시 메시지를 보낸 것을 후회했다. 되돌아보면 그녀도 나에게 상처를 주었고 결국 우리는 가까운 친구가 되었을  서로 맞지 않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것인데 내가  사과를 했을까? 헤어진 남자 친구에게 새벽 2 감성에 젖어 '자니?'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머리를 쥐어뜯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당시 나의 단호한 태도가 서로에게 좋았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말이다.



그때는 맞았다고 생각한 게 다시 생각하면 틀릴 수도 있고 또다시 옳은 판단이었다고 자만에 빠지기도 하고 틀렸다는 후회에 빠지기도 하니 이렇게 인생은 후회와 오만이 반복되는 것일까?


감정은 표출해도 후회, 억눌러도 후회인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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