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엘리베이터는 지하 4층까지 내려가버렸고, 오히려 그 옆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탔다.
좁은 엘리베이터는 붐비는 사람들로 움직일 수도 없었는데 뒤에서 자꾸 중얼중얼 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들어보니 “보험 공단, 보험 공단 가야 하는데…” 이런 말의 되풀이였다. 옆 사람이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어디 가세요?”를 물었고 그분은 “보험 공단에 가야 해요”라고 답했다. 물었던 사람은 보험 공단은 5층이라고 거기서 내리면 된다고 하고 3층에서 내렸다. 3층 문이 열리자 아까의 그분이 “여기 5층이에요? 보험 공단 가야 해요!”라고 외치셨고, 아무도 대답하는 이 없이 문이 닫혔다.
그때 갑자기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은 층별 안내가 눈에 들어왔는데 분명히 보험 공단은 5층이 아닌 4층에 있었다. 그걸 발견한 순간 4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렸고, 그 짧은 순간에 그 아주머니에게 말을 해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꽤나 오래 고민했다. 그렇게 우물쭈물 하다가 문이 닫혀버렸고, 5층에 도착해서 나를 포함 그 아주머니도 내리셨다.
정말 별일 아닌 이야긴데 이상하게 오래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난 왜 그분께 보험 공단은 5층이 아니라 4층이라고, 여기서 내리시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을까?' 4층이라고 이야기했는데, 혹시 내가 틀린 거면 어떡할까는 염려가 조금, 왠지 말하면 더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조금, 말한다 해도 내리시긴 이미 늦었어라는 나름의 합리화가 버무려져 입을 굳게 다물게 됐다.
뒷맛이 좀 쓴걸 보니 곱씹어 봐도 맘에 드는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또 만나면 그때는 입을 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