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제철 한 단?

by Peter Kim

우리는 자주 ‘한정판’이라는 말에 약해진다.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문구, 이번 시즌이 아니면 다시는 못 산다는 광고. 그 말은 늘 우리를 조급하게 만든다. 그런데 며칠 전,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요즘사(요즘 것들의 사생활)에서 한 출연자가 이런 말을 했다. “제철은 자연이 만든 한정판이다.”

그 문장을 듣는 순간, 괜히 마음이 환해졌다. 맞다. 한정판 운동화나 가방은 쉽게 살 수 없을지 몰라도, 자연이 내놓은 한정판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훨씬 정직하다. 계절이 오면 오고, 지나가면 미련 없이 사라진다. 억지로 붙잡을 수 없고, 그래서 더 귀하다.

퇴근길이었다. 역 건너편 청과물 가게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둘째가 좋아하는 빨갛게 익은 딸기가 눈에 들어와서 고민할 것도 없이 한 팩을 집어 들었다. 계산대로 가는 길에 시금치가 보였다. 한 단에 1,500원. 그것도 제법 묵직한 양이었다. ‘이건 사야지.’ 기쁜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집에 와서 시금치 파스타를 만들었다. 올리브오일 듬뿍에 마늘과 페퍼론치노를 볶고, 면과 시금치를 넣어 살짝 버무렸다. 다음 날은 된장국에 넣었다. 무와 함께 끓여서인지 보글보글 끓는 국물이 유독 시원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식탁에 앉아 한 숟갈을 뜨는 순간, 괜히 웃음이 났다. 이게 뭐라고.

단 돈 1,500원. 그 돈으로 이틀치 식사의 풍성함을 샀다. 아니, 어쩌면 ‘계절’을 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아니면 조금은 다른 맛이 될 그 시금치의 시간, 봄의 기운, 오늘의 저녁을. 행복은 어쩌면 제철 한 단이면 충분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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