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자본론을 읽고 지적자본을 생각하다
어제 넋두리 + 시작한지 이틀 만에 다이어트를 포기하겠다는 자기 합리화를 위한 글을 쓰고 저장만 해두었다. 아래 글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참 욕심쟁이다
회사에서는 중동지역과 터키지역을 담당하는 리테일 마케터다. 그리고 좋아서 만든 책모임 동호회를 운영하며 한달에 한권 독서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달 부터는 외부의 북모임 비즈니스북클럽에도 조인해 한달에 총 세권을 리뷰하고 있다.
영어 회화 100일의 기적책을 암기하는 영어 모임도 작게 진행하고 있고, 엉뚱하지만 지하철 역 이름으로 N행시 짓기도 주 중 매일 한편씩 지어 올리고 있다.
집에 가서는 매일 아내와 저녁을 먹고 21개월 아이와 2시간 정도 놀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출판사로 부터 출간제안을 받아 책도 쓰고 있는데 지난 주엔 영어 공부 하겠다고 회화 유료과정 1달권을 결제하고 말았다. 그리고 외부 마케팅 수업도 결재하고 말았다.
급성장염에 걸려 하루만에 4킬로가 빠졌는데, 이걸 빌미로 다이어트도 시작해 버렸다. 오늘 그 후유증으로 머리가 몹시 띵한 상태다.
정말 당분간 새로운거 시작은 고만해야겠다. 왕좌의게임 시즌7도 너무 보고 싶은데 좀 참자.
당분간 새로운 거 시작은 진짜 고만해야 겠다고 마음먹은게 바로 어제 였는데,
오늘 <지적자본론>이란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미치겠다 정말. 감당도 못할 거면서 왜 이러는지... (누가 좀 말려줘요..)
이 책은 츠타야서점으로 유명한 CCC(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가 라이프 스타일 제안으로 유명해진 츠타야서점의 기획 과정과 CCC에서 리뉴얼해 재개장 13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한 다케오 시립 도서관의 기획 과정을 지적자본론의 관점으로 풀어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CCC를 기획회사라고 규정하고 있고,
기획의 가치란 '그 기획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또 지금 시대는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이며, 그 제안을 가시화 하는 디자인 능력이 없다면 고객 가치를 높이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이기도 한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생활하는 장소는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다. 제안은 가시화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디자인, 그러니까 제안을 가시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또 디자이너가 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 - 본문 중
지적 자본론을 읽으면서 마스다 무네아키가 서적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에 크게 놀랐다. 서적은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라는 정의. 처음 이걸 읽었을때 무릎이 탁! 처졌다. 서적을 제안 덩어리로 정의 하다니...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따라서 그 서적에 쓰여 있는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 본문 중
이런 고민의 결과물로 츠타야 서점이 나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츠타야 서점의 운영 방식을 접했겠지만, 이 글을 통해 한번 더 소개하고 싶다. 츠타야는 일반 서점들 처럼 책을 가나다 순으로, 경제/경영/소설 식으로 분리하여 진열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적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제안들 중 공통된 한가지 제안을 교집합으로 뽑아내어 한 공간안에 함께 전시하며 고객들에게 책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인도여행에 대한 제안을 할때 그 공간에 인도여행 책자만 두는 것이 아니라, 인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역사책, 인도의 환경을 담고 있는 사진 책, 인도의 문화나 언어를 담고 있는 책들을 모아서 진열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핵심은 Curation이다. 얼마나 전문성을 가지고 여러 서적을 모아서 하나의 제안을 할 수 있는가? 일반적인 서점 직원들에게 요구하기 어려운 능력이다.
츠타야의 경우는 이런 역할을 하는 접객 담당자(Concierge)가 존재한다.
각 장르에 정통한 직원이 상품 매입부터 매장 구성까지 결정하고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나름대로의 제안을 직접 실행에 옮긴다. 요리 코너라면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에서 여성 잡지 편집장을 담당했던 편집자가, 여행 코너라면 20권 이상의 가이드북을 출간한 여행 저널리스트가, 자동차 코너라면 마니아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모은 자동차/바이크 전문 서점 직원이, 인문/문학 코너라면 수많은 일류 작가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유명 서점의 카리스마 넘치는 직원이 우리의 콘셉트에 공감해 접객 담당자로서 가담해 줬다.
들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 본문 중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런 접객 담당자 한사람 한사람이 츠타야의 지적 자본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츠타야 서점을 많은 서점이 벤치 마킹 했지만, 이들이 이런 지적 자본들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지적 자본론. 책을 덮고 나니 가슴이 설랬다. 나는 어떤 지적자본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이 지적자본을 가지고 어떻게 무언가를 해볼 수 있을까? 어떤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을까? 기대감이 일었다.
그래서 앞서 이야기 했던 새롭게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 독서모임 멤버들에게 공유했다. 그것은 회사의 북카페 공간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해 보자는 것이었다.
회사의 북카페 공간을 지금과 다르게 구성함으로서 직원들에게 다른 가치 및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곳보다도 편안함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번뜻이는 아이디어가 샘솟는 공간이 되도록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할 수 있다면 운영도 직접 넘겨 받아 보는 건 어떨까? 1%만이라도 직원들이 회사에 나오고 싶은 마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북모임 동호회에서 해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모임 멤버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지적자본을 의미있게 써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떻게 진행해 나갈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작해 볼 것이고, 조금 의미있는 업데이트가 있다면 이곳에 또 공유 할 것이다. 인생 참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