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소셜블랙아웃(SocialBlack-out)이란 말이 생겼다. 소셜 블랙아웃은 ‘소셜미디어’와 대규모 정전 상태를 일컫는 ‘블랙아웃’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멀리해 소셜미디어 이용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의미다.
초 연결의 시대다. 사람간의 연결을 떠나 사물까지도 연결하려고 하고 있고 이미 많은 사물들이 IoT(Internet of Things)란 이름으로 연결 되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정말 연결되면 좋기만 한걸까?
예전엔 자식들을 해외에 보내면, 거의 안부전화를 할수가 없었다. 비싼 해외요금 비용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누구도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메신저를 통한 보이스 톡(VOIP)서비스 들을 이용하면, 공짜로 화상통화 까지도 가능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기술을 활용한 연결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모든 것엔 양면이 있다. 소셜미디어를 생각해 보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나만 빼고 다들 좋은 거 먹고 다니는 것 같고, 나만 빼고 다들 해외여행 다니고, 값 비싼 물건들을 척척 구매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느껴지는 건 상대적 박탈감이다.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완벽히 변신할 수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정제된 모습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90%의 고통은 뒤로 감춘채 10%의 희열만 보여주는 세상. 이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만두면 되지, 뭘 그러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금연이 쉬웠다면, 누구나 담배를 끊었을 것이다.)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밤낮없이 어떻게 사람들을 이 서비스에 더 붙들어 둘까? 재 방문율을 높일까를 고민한다. 유저들이 그들의 자산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중독장치들을 마련한다. 우리는 여기에 서서히 길들여지고 중독된다.이런 현상들은 갈수록 심각해 질 것 같다. 그래서 한번은 해봐야 겠다고 생각한 소셜미디어단식. 소셜블랙아웃을 시도했다. 처음은 1주일 간만.
1일차
첫 번째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든, 화장실에서든, 지하철에서든 습관적으로 폰을 꺼내 디스코(DISCO)앱을 둘러보고 댓 글이 있나 도 확인해 보고, 인스타에 들어가 좋아요 몇 번씩 누르고 팔로우 몇 명인지 확인해 보고, 마지막으로 페북에 들어가 좋은 기사들 있는지 체크해 보곤 했다. 곰곰이생각해 보면 이 모든걸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에겐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 같다. 생산이 아닌 철저한소비의 시간. 이 3가지 앱을 지워 버렸다. 나의 나약함을 알기 때문에 과감히 1주일 간 만이지만 폰에서 제거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폰을 계속 꺼내 보았다. 폰에서 앱을 삭제해 버렸으니, 실수를 가장해 PC의 브라우저에서 페이스북을 자꾸 열고 싶어진다.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지?또 내가 중요한 기사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지 괜시리 초조하기도 하다.
4일차
페이스북에 접속 안 한지 4일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계획했던 1주일까지 3일남았다. 사실 한번 접속 했다. 댓 글이 있다는 알림 창이 계속 뜨니, 궁금해서라도 들어가 보게 되었다. 단식 기간에는 알림 창도 오프(off) 시켜 두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일단 당장의 효과는 일상의 여유 시간이 꽤 생겼다. 그 시간들을 촘촘히 페북에서 소비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 시간에 뭘 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5일차
시간의 공백이 생길 때 여전히 폰은 습관처럼 꺼내 본다. 그런데 할게 없다. 마치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스마트폰처럼 들어가 볼 앱이 없다. 그만큼 폰 사용의 대부분의 시간을 소셜 미디어 사용에 쓰고 있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습관의 방향만 살짝 바꾸어 주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들어가던 것을 전자책으로 바꾸었다. 시간이 생겨 폰을만질 때 무조건 전자책으로 들어가 틈틈이 책을 읽어 나갔는데, 이의로 이렇게 읽는 독서량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 궁금하다. 내가 모르는 어떤 소식들이 올라오고 있진 않을까? 내 글에 좋아요나 댓글 등의 반응들이 있진 않을까? 생각해보면 얼마나 이런 반응들에 집착하며 살았나 싶다. 이런 것이 마치 나에 대한 인정이라 생각하며 하루에도 얼마나 많이 실시간 체크를 하며 살았는지. 부질없다라고 말 할 순 없지만 다소 허무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7일차
계획했던 일주일의 마지막 날. 이상하리만큼 자유로움을느낀다. 겨우 1주일 접속을 끊었을 뿐인데 말이다. 앞으로 소셜미디어를 탈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이렇게 기간을 정해놓고 단식을 해보니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않은 것들의 기준선이 조금 더 명확히 보이는 것 같다.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들처럼, 너무 심하게 빠져들고 있다고 느낄 때쯤 다시 소셜미디어 단식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나마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면, 그것 만으로도 소셜 미디어 단식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