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Kim Mar 05. 2018

신경 끄기의 기술

요 몇 달 계속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이다. 여러 사람이 한 책을 추천하면 왠지 청개구리 심보가 생겨 더 안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 책도 그랬다. 하지만 리뷰 내용들이 기존의 자기계발서와는 결이 다르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어 결국 읽어보기로 했다.  


신경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갤리온, 2017


모든 걸 가지려는 사람, 즉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모두 채우려 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 인생을 살려고 하는 것과 같다. 어떤 부족함도 용납하지 않는 태도, 모든 걸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인생을 ‘지옥의 무한궤도’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경 끄기의 기술’이다.라는 작가의 말로 이 책은 시작된다. 모든 걸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인생을 지옥의 무한궤도에 빠지게 만든다는 말이 격하게 공감되면서, 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우리 삶의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 잘 하지 않는 질문들이 있다.

‘당신은 어떤 고통을 원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기꺼이 투쟁할 수 있는가.’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건진 한 메시지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거창하기만한 우리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나는 어떤 질문을 던졌고, 던지고 있는가를 생각해 봤다. 대게 이런 것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지?’,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마크 맨슨은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성공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내 평소의 생각과 삶의 모토와는 사뭇 다른 질문이었다.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라니… , 한발 더 나아가 ‘당신은 어떤 고통을 원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기꺼이 투쟁할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왜 이런 질문이 우리 삶에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을까?  


저자는 우리의 삶을 고통의 연속으로 봤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은 그가 학창 시절 마약 문제로 퇴학까지 당했던 문제아였으며,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한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해 친구네 집 소파를 전전하던 백수였다는 사실에서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짐작해 볼 수도 있다.  

오래전 노홍철이 무한도전에 나올 때 이야기다. 멤버들이 노량진에서 공무원 준비 중인 수험생들을 서프라이즈로 응원하는 장면이 있었다. 학원 수업이 이뤄진 교실에서 노홍철이 수험생들에게 한마디 전하는 시간이 있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때 노홍철이 이런 류의 말을 했다. "여기에서 벗어나서 시험에 합격하면 인생 다 해결될 것 같죠? 안 그래요, 이곳에서 나가면 더 큰 어려움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건 확실해요!"  

조언 치고는 너무 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이야기를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역시 하나의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삶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경험상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미드 <뉴스룸>의 앵커 윌 맥어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의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이것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첫걸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이 책의 저자인 마크 맨슨이 왜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했는지 일면 이해가 간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어간다. 단언컨대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다. 두 가지가 떠올랐다.


첫째는, 만성적인 수면부족의 고통을 견딜 것이다.

둘째는, 살아가면서 꾸준하며 의식적으로 행하는 훈련의 지루함을 견딜 것이다.


아직 어떻게 견디어 내야 하는지는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최근에 와서야 어렴풋이 이게 아닐까? 정도의 힌트를 얻었을 뿐이다. 행동은 동기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말을 기억하며, 오늘도 묵묵히 아는 것을 행동으로 하나쯤 옮겨 본다.

‘당신은 어떤 고통을 견딜 준비가 되셨습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