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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Mar 07. 2018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힘겨운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철학 처방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힘겨운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철학 처방전'을 표방하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예전에 읽은 책이 하나 떠올랐다. 줄스 에반스가 지은 <철학을 권하다>란 책이다. 줄스 에반스는 이 책에서 철학을 통해 삶을 바꾸자는 화두를 꺼냈고, 영국에서 철학 클럽을 운영하며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에 힘쓰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라는 이 책 역시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철학자 들인 쇼펜하우어, 헤르만 헤세, 조르주 상드, 한나 아렌트, 비트겐슈타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에 힘겨워하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철학 처방전을 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오카다 다카시, 첵세상, 2018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본인의 저서 <논리 철학 논고>를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저자 오카다 다카시는  이 말에 반기(?)를 들며,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 나름대로 내린 답을 믿고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의 절실한 신념과 행동은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것으로, 그것이 바로 본래의 철학아니겠냐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7가지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보려고 힘쓴다.


   1. 부모와 사이가 나쁜 사람에게

   2. 자기부정과 죄악감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3. 자신답게 살 수 없는 사람에게

   4. '굴레'에 속박된  사람에게

   5.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6.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철학

  7.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서


각 상황들은 앞서 말한 철학자들의 생을 통해, 분석되고 설명된다. 이름만 어렴풋이 알던 철학자들의 삶이 이렇게나 파란만장했었는지 하나씩 알아가며 위로를 받는다. (이런 부분에서 지적 호기심도 상당부분 충족됐다) 거기에 일본에서 인격장애 임상 분야의 제 1인자로 평가받고 있는 저자의 풍부한 임상경험이 어우러져 이야기는 한층 힘을 받고 탄탄해진다.


한 대목을 소개해보자.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소유인가, 공감인가 하는 것이다. 친밀해지면 상대를 물건처럼 소유하려는 사람이 있다. 그런 경향을 가진 사람은 독점욕이 강해서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구속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자신의 이상에 맞게 상대를 바꾸려 하거나 자신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라고 요구한다. (책 본문 발췌)

이런 사유로 헤어지고 또 만났다 또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커플을 적어도 한 커플은 알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특히나 남성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 마치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에 나오는 오영제와 같은 캐릭터 말이다. (오영제의 딸을 향한 지독한 소유욕이 사건을 만들어 간다)

이 사례가 실린 챕터에서 <수레바퀴 밑에서>와 <데미안>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헤르만 헤세의 삶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생각하던 헤세의 느낌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살짝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 허무함과 우울함이라니...


앞서 말했던 줄스 에반스의 <철학을 권하다>와 이 책을 비교하자면, 철학을 권하다는 좀 더 삶의 실용과 실천적인 제언에 집중을 한 느낌이고, 이 책은 행위보다는 사유와 감정에 집중한 느낌이었다. 그런 면에서 자기계발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쉽게 읽힐 책은 <철학을 권하다>란 생각이 들었다.(저자 본인도 실천적 지도를 바란 독자들은 실망했을거란 언급을 에필로그에 남겼다)


저자는 이 책을 마치며 인생을 살아가기 의한 철학이란,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인생 속에만 있다는 사실을 한번 더 강하게 확신했다는  말을 남겼다. 


삶에서 철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최진석 교수는 자신의 저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이렇게 말했다. 철학이란 철학자들이 남긴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 삶의 격을 철학적인 시선의 높이에서 결정하고 행위하는 것, 그 실천적 영역을 의미한다. 고 말이다. 지식으로서의 철학이 아닌 생으로서의 철학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나만의 삶의 철학의 시선이 높아졌길 바란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앞으로 나의 삶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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