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
일본에서 일 년에 십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증발한다고 한다. 이 현상에 관심을 가진 프랑스인 둘이서 취재를 거듭하며 낸 책이 바로 <인간증발> 이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물의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숨어 있다.”는 말을 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경제부국인 일본에서 또 다른 이면에서 일어나는 인간증발 현상도 그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들은 왜 증발하는 걸까?
게임을 하다 보면 버티고 버티다 도저히 가망이 없어 리스타트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들이 하고 싶은 게 삶의 리스타트가 아닐까? 자신의 이전 신분과 상황을 철저히 감추고 새로운 신분으로써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이들은 증발을 선택한다. (심지어 그중에는 가족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놀라웠던 사실 중 하나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증발을 선택한다는 것 하나, 그리고 생각보다 새로운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런 면에서 이들에게 잘 살아보려는 생의 의지를 의심하는 것은 오히려 무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왜 증발이어야 하는가?라는 것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누구나 일상에서 잠수를 원할 때가 있지만, 증발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 아닌가?
결국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추천해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대답의 힌트를 찾았다. 그들에게 재 도전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닐까? 일본 사회가 실패를 용인하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라서 그럴 수밖에 없던 건 아닐까? 룰이 허용하지 않는 일을 하기 위해 이들은 룰을 어겼다. 여기까지 생각하다 자연히 내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를 생각해 보게 됐다. 과연 한국 사회는 일본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한국은 연간 얼마의 사람들이 증발하고 있는 걸까? 요 근래 읽고 있는 책들로 인해 연거푸 거시적 관점에서의 사회 이슈를 고민하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 걸까?
추천 강도 : (매우추천/추천/쏘쏘/그닥/보지마세요)
하루 15분 독서, 매일 글쓰기,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각종 독서모임 경험을 수집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