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길 버스에서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를 들었다. 전날 TV에서 조성모가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봤던 기억이 나서 인지, 노래가 귓가에 맴돌아 찾아 들었다. 그러다 문득 울컥 하는 마음과 함께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사람많은 버스에서 왠 아저씨가, 아침부터 눈물이냐고 욕할까봐 속으로 꾸욱 삼켰다. 왜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울컥했을까? 지금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 삶에 봄날이 이렇게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요새 내 머리속을 자꾸 복잡하게 하는 질문이 두 개 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조금이나마 세상의 온도가 따듯해지는데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다가도, 또 어떤 때는 에라 모르겠다 그냥 돈이나 왕창 벌어보자라는 생각이 찾아온다. 그렇게 사업 아이템을 찾아 고민하다 보면, 니가 정말 하고 싶은게 이거야? 이런거야? 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힌다. 머리속은 복잡해지고, 삶의 의욕은 곤두박질 친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 뭐 복잡하게 고민할 거 있어?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사는 거지 뭐!! 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지만, 위안이 되지 않는다는걸 나는 알고 있다.
그 즈음 등에 담이 왔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질 않으니 더욱 무기력 해진다. 주일날 간 교회에서 목사님의 설교가 따갑다. 말씀이 전해지니 영이 반응하는 듯 하다. 두려움에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당신은 누구의 종입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말문이 막힌다. 나는 무엇의 종으로 사는 걸까? ...
마음이 반응하는 것을 나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두려움과 슬픔, 막연함과 무기력함. 행복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그 마음을 나는 감정 없이 지켜보고 있다. 어떤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해봤지만, 나는 그럴 자신이 없는지도 모른다. 지금 쓴 문장처럼 대답은 불확실하다.
그래도 한가지 버스 안에서 눈물을 삼키며 결심한 것은 있다.
삶을 농밀하게 살자. 내일이 당연한 삶을 살아가지 말자.
나는 나를 모르지만 기꺼이 배워가고 있다. 그러니 너를 이해 못하는걸 탓하지는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