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여느 아이들과 같이 평범한 삶을 살았다. 굳이 특이한 점을 찾아보자면 농구를 참 좋아했다는 정도? 공부는 곧 잘 했지만, 책은 읽지 않았다. 1년에 특별하다면 1권 정도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쩌면 내 인생을 바꾼 계기를 접하게 된다. 그때가 고1 여름방학 시작 무렵이었다. 중3 말 때부터 누나의 끈질긴 권유(교회가면 예쁜 여자친구들이 많다)와 달콤한 사탕발림(남자들은 다 별로라서 경쟁률이 높지 않다)으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서 중고등부 회장 형을 만났다. 특별히 뭐라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조금 독특한 형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형이 어느날 대화를 하던 중에 불쑥 내게 이런 말을 꺼냈다.
"고1 여름방학 중요한 시기지. 근데 너한테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게 있어. 방학 1달 동안 국/영/수 공부하지 말고 책 30권만 읽어 봐! 모르긴 몰라도 인생은 바뀔거야."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사실 속으론 '뭔 소리야? 1년에 책 한권도 읽지 않는 나한테 한달에 30권의 책을 읽으라니? 그리고 책 읽기가 인생을 바꾼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라고 생각했지만 언쟁하고 싶지 않아 그러겠다고 이야기 했다.(사실 그 형이 약간 카리스마가 있어서 쉽사리 거절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지키지 않을 약속이었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그 약속이 무겁게 느껴졌다. 왠지 꼭 지켜야만 할 약속처럼 마음 한켠에서 떠나질 않았다. 괜시리 불편했다. 어쩔 수 없이 '그래 가볍게 딱 1권만 읽어보자! 아마 그 한권도 다 읽진 못하겠지만...'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상한 일이 시작됐다. 책이 읽히는 것이다. 물론 글을 읽을 줄 아니 책이 읽히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말한 읽힌다는 표현은 소화가 되는 느낌이랄까? 책 한장 한장이 술술 넘어갔다. 마치 저자가 1대 1로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재미가 있으니 밤에도 계속 읽어 나갔다. 3일에 한권, 2일에 한권, 마침내 하루에 1권 이상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 조차도 믿기 어려운 독서 속도였고, 몰입이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시기에 고전을 많이 읽었다. 책읽기 초짜가 아무 것도 모르고 에세이나, 자기계발서, 가벼운 소설등이 아닌 고전을 선택해 읽기 시작한 것이다.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죄와벌, 노인과 바다와 같은 주옥같은 고전을 읽어 치웠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신기하다. 폭풍의 언덕은 지금 읽으라고 해도 힘겹게 읽어 나갈 책이다. 그때에는 내가 책을 읽는 것인지, 책이 나를 집어 삼키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매일 책을 읽었다. 안중근 의사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말을 했다는데, 건방진 말일 수 있지만 그 말이 왠지 이해되는 것 같았다. 어렴풋이!
방학이 끝나고 학기는 시작됐지만 책 읽기는 계속 이어졌다. 물론 방학만큼 시간이 많진 않아 그 속도가 유지 되지 못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이미 자리 잡은 후였다.
왜 책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특별하게 댈 이유는 없지만 믿는 것이 하나있다. 책은 사람을 변하게 만들고 사람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믿음이다. 비록 그 변화가 느릴지라도. 브런치에서 책 소개글을 꾸준히 쓰는 이유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읽는 재미를 알아갔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책이야기를 나누고 책읽는 습관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하루에 길지 않은 시간 15분을 책읽기에 투자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15분이란 힌트는 <하루 15분 정리의 힘>이라는 책을 읽으며 빌려왔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 목표를 상징적 숫자인 100일로 잡았다. 멤버를 모으기 위해 브런치에 글을 쓰고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과 디스코,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했다. 그렇게 하루 15분 독서 100일 도전 모임을 시작했고, 지금은 9기를 진행하고 있다. 17살 때 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꾸고 이끌어 왔는지 스스로 돌아봐도 놀랍다. 차근차근 자료로 정리해 보고 있다. 인생에서 가치있는 투자 책 읽기! 여러분의 1%의 시간을 투자해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