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21평이고 이사가는 집이 32평이니 엄청난 변화다. 자연스레 그동안 억눌러왔던 인테리어 욕망이 고개를 들고있다.
거실엔 TV를 두지 않기로 아내와 협의했다. 그러면서 북카페 거실 인테리어를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전면 대형 책장도 사야하고, 커다란 테이블과 멋드러진 조명도 필요하다. 아이 침대도 사야하고, 식탁에 렌지수납대에 사야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채우는게 당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이 책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작가의 생활을 소개하며, 그로인해 깨닫게된 삶의 방식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이미 미니멀리즘이나 정리관련 책들을 읽어봤다면 크게 색다를게 없는 책이다. 나역시 새로운 내용을 배운것은 없다. 하지만 책은 확실히 '때'라는게 있다. 지금 이사준비를 하며 이것 저것 사려고만 했던 내 마음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저자는 이사를 하며 짐을 꾸리고 나오기까지 총 30분의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누군가에겐 외출준비의 시간밖에 안되는 30분동안 저자는 이사짐을 꾸리고 나올수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미니멀한 생활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됐다. (물론 혼자사는 원룸이긴 했다) 월세로 67만원을 지불하고 식비나 다른 용돈을 생각해도 100만원이면 충분해 한 달에 100만원만 벌면 되는 가벼운 삶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왠지모를 자유로움을 느꼈다. 최근에 아내에게 우리가족이 생활하는데 드는 한달 최소비용을 들었던 지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옷장을 열고 바지4벌, 티셔츠4벌, 정장1벌, 신발 4개를 버렸다. 버릴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버리면 얻는다. 아이러니 한 말이지만, 이는 인생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때가 많다. 버리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버림으로서 얻는 홀가분한 자유. 너무 많은 물건들에 분산되어있던 마음이 몇 개의 물건으로 정리되며 여유를 찾는다.
더 많이 가지지 못해 아쉬워하는 삶보다는 더 많이 나누지 못해 아쉬워하는 삶을 살고싶다. 적어도 내 아이에게 가르쳐 줄 것이 있다면 그런 마음의 여유 하나는 가르쳐 주고 싶다. 이사를 하고 또 많은 물건을 살 것이다. (하필 이케아가 3킬로 근방에 있음이 두렵다ㅎㅎ)그래도 이마음을 기억하며 허투루 사는 물건이 없도록 해야겠다. 우리집 물건들에 집세까지 대신 내줄 생각은 더이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