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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Jul 26. 2018

선입견

경험수집잡화점을 운영하며 오픈채팅방 몇 개를 운영하고 있다. 오픈채팅방을 만들 때 카카오톡 프로필로만 참여하게 할 건지,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으로도 참여하게 할지 선택하는 옵션이 있다. 한마디로 익명을 허락할 것이냐 하는 옵션이다. 나는 항상 익명 허용을 선호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선입견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우리는 누구나 그 사람의 성별, 외모, 나이, 옷차림 등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안 그렇다고 해도,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각에 선입견으로 자리 잡는 부분이 꽤 많다. 사진도 없이 닉네임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린 지 나이가 많은지 모른 채로 선입견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꽤 오랫동안 글쓰기 방에서 함께 글을 써온 멤버가 있었는데, 최근에 그분이 여성분인걸 알았다. 나는 왜 그분이 당연히 남성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우리가 가진 선입견을 생각해보기 좋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유명한 이야기다. 

아버지와 아들이 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다. 아들이 크게 다쳐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응급실 담당 외과의사가 "난 이 수술을 집도할 수 없어!! 이 아이는 내 아들이란 말이야!!"라고 했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응?? 이게 어떻게 된 소리지? 아버지가 둘인가?라는 결론에 자연스레 도달한다. 이런 게 프레임이고 선입견이다. 응급실 외과의사는 으레 남성일 거라는 선입견. 그 외과의사가 여성이었고, 실려온 아이의 엄마였다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해되지 않는가? 


앞에 이야기했던 그분의 글에서 종종 코칭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코칭에 관심 많은 나는 관련 책을 좀 봤는데, 그 책의 저자들이 다 남성이었다. 그래서인지 코칭을 하신다는 글을 보고 자연스레 남성분이라고 생각해 버렸던 것 같다. '나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마음을 열고 선입견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을 돌이켜 보면 여러 프레임에 둘러싸여 얼마나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게 됐다. 


많은 분들과 대화를 하며, 세상에 정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 라는 걸 느낀다. 어떤 때는 당연히 이런 반응이 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때가 있는데 전혀 의외의 반응과 답변이 돌아올 때가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다양성을 배우고, 마음의 그릇을 키울 수 있는 순간이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이야기를 했을까? 그 사람의 입장에서 고민해 보고, 또 그 답변에 반응하는 나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샘솟는다. 오프라인에서 마음이 맞는 가까운 친구들하고만 지내면 편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렇게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하다. 


이러다 오프모임이라도 하게 되면 또 얼마나 놀라게 될까? 아 OO님 남성분이셨군요? 아! 학생이셨어요? 이런 식의 감탄사들이 여기저기 들릴 거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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