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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Jul 29. 2018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해!"는 왜 도움이 되지 않는가?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해!"

"가슴이 뛰는 일을 해! 그렇지 않다면 시간 낭비 아니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 글쎄?

또 다른 주장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도록 해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음.. 이 주장에 대해서도 그게 그리 쉬우면 내가 퇴사를 생각하고 있겠니?라는 답변들이 날아올 것 같다.

물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 하나하나 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뼈와 살이 되는 이야기 들일 테니까. 순수한 의도로 방황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감까지 만이다.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일단 그래, 그래야지! 하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사람이 많다. "일단 뭐라도 해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음.. 그럼 뭐부터 해봐야 하지? 어디서 뭘 해볼 수 있는 거지?'같은 생각으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다.


작년 10월부터 <경험수집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는 경험수집잡화점의 첫 모임인 하루 15분독서 모임을 시작한 게 작년 10월부터 였고, 경험수집잡화점이란 이름은 올해 2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왜 돈도 안 되는 이런 일들을 벌이냐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그 이유야 꽤 많이 있지만,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서두에 언급한 질문의 답과 연결되어 있다. 나도 내가 뭐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빨리 좋아하는 일을 찾아 쭉쭉해나가고 싶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으니 영 삶이 답답했다. 그러다 책 읽기를 시작하고, 글쓰기를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쌓고 기회를 만났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쉽게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그 과정에서 나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고 싶기도하고) 경험수집잡화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험들은 모두 소소한 경험들이다. 책 읽기, 글쓰기, 하루 2리터 물 마시기, 영어 원서 읽기, 하루에 사진 한 장 남기기, 하루 5분 운동하기 등. 사람들이 편하게 무슨 경험이든 골라서 참여 해보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만든 모임들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출처: unsplash.com


무엇이든 시작해서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과 관련이 있을까를 알아보기 까진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 2주~3주 정도. 그런데 이런 일들을 혼자서 하다 보면 제 풀에 지쳐 이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접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여럿이 함께 격려하고 즐겁게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었다. 인증을 하고 다른 사람을 알아가며 그 최소한의 기간 2주~3주를 견뎌낼 수 있다. 그때쯤이면 이 일이 내 흥미를 끄는지 아닌지는 스스로 알 수 있다. 재미가 있다면 더 이어갈 수 있고, 흥미를 못 느낀다면 쿨하게 모임에서 나가 다른 경험을 쌓아갈 수 다. (그래서 모임 중간에 나가면 나에게 미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린다. 애초에 그렇게 생각하고 만든 터라, 중간에 어떠한 이유든지 자유롭게 모임에서 나갈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사람이 사는 곳, 만나는 사람, 시간을 쓰는 법 중 하나는 바꾸어야 스스로도 바뀔 수 있다는 말을 들어서, 적어도 새로운 사람을 (온라인에서나마)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나 역시 이 모임들을 운영하며 예전이었으면, 전혀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어쩌면 육아휴직을 내고 인생의 제 2막을 고민할 수 있었던 용기도 함께 모임을 해나가는 멤버들로부터 받은 긍정적인 기운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바라기는 경험수집잡화점에서 더 많은 경험이 담긴 모임들을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스스로가 만드는 모임이 아닌,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스스로 재밌어하는 모임들을 많이 만들고 참여해서,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잘 모르겠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획일화된 교육과 사회에서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탐색해볼 기회를 많이 가져보지 못했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란 생각이 든다. 작은 것부터, 자신이 할 수 있을만한 것부터, 또는 흥미가 유발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천천히 조금씩.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알게 된 경험들이 의외의 곳으로 우리를 인도해 갈지도 모른다. 또 그렇지 않다 해도 뭐 어떠랴? 그 과정에서 재미가 있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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