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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Oct 23. 2018

담백하게 산다는 것

기대치를 낮추고 만족함을 얻자!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우주 비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기자는 이렇게 물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미개척 분야가 어디인 것 같습니까?"

그러자 그는 "인간관계"라고 답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로 40만 부 판매고를 올린 양창순 저자는 자신의 신작 [담백하게 산다는 것]에서, 많은 사람이 돈을 인생에서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두지만, 우리의 진짜 마지막 가치는 '인간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담백한 관계란 ‘지나치지 않고 적절하게’ 상대의 입장과 욕구를 배려하는 데서 시작한다(58p)고 주장했다. '지나치지 않고 적절하게'란 표현이 모호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 모두는 지나침과 모자람 그 사이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테니, 콕 집어서 어디라고 말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담백하게 산다는 것, 양창순, 다산북스


담백함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지나친 기대를 내려놓을 때 느끼는 기분'(75p)이라고 서술하면서, 그것은 마음을 비우는 것과 동의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을 비울 때 우리는 비로소 인생의 진솔함이나 담백함의 가치에 눈을 돌릴 수 있다(80p)고 덧붙였다.


[담백하게 산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내 오랜 고민 중 하나를 해결했다. 난 거의 화를 내질 않는다. 결혼한 지 5년 되었지만, 아내와 싸운 적도 없다. 어떠한 일로 인해 분노가 (잘) 유발되지 않으며, 관계로 인해 화가 폭발하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내가 혹시 나도 모르게 분노를 꾹꾹 눌러 담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란 생각도 하고 했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찌꺼기 없이 너무 평온했다. 그러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지나친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 담백함이고 마음을 비우는 비결이라고 한 이야기를 읽었을 때, 속으로 '아하!'라는 감탄사가 터졌다. 매사에 있어서 나는 기본적으로 일이 잘 안 되는 게 정상이라 생각하고 살아간다.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면, 너무 기쁘다. (안 풀리면 원래 그런 거니 그려려니 한다). 그렇다고 일을 허투루 한다는 말은 아니다. 누구보다 즐겁고 재밌게 한다. 과정이 재밌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언뜻 관계에 있어 상대방에게 기대치가 낮다는 것이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래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나는 사람은 그 사람이 하는'행동'이 아닌 '존재'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존재로서 그 사람을 가치 있게 생각하지만) 그 사람의 행동이 어떠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행동으로 인해 실망하거나 서운해하지 않는다. 그러다 조금 잘해주기만 해도 감사하고 기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역으로 기대가 크지 않으니 작은 일도 기쁨이 된다.


나는 늘 흔들리면서 상대는 한결같기를 바라는 마음이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낳는다(128p). 욕심을 버리자. 기대치를 낮추고 만족함을 얻자. ‘만족(滿足)'이라는 한자어는 물이 발을 적신다는 뜻이다(208p). 목까지 적셔주길 바라지 말고 발을 적셔준다면 만족하고 감사하자. 어쩌면 저자가 말한 담백하게 산다는 것은 그런 삶이 아닐까?








*책 본문 발췌 내용은 굵은 글씨와 (페이지)를 표시했습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Matt Palm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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