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말들.『효리네 민박2』에서 박보검이 읽어서 더 화제가 된 은유작가의 책이다.
처음에 들었을 때 '은유'란 이름이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작가는 니체를 사랑하는 마음에 충동적으로 이 필명을 지었다고 말했다.
나의 문장 스승은 크게 둘로 나뉜다. 니체와 다른 작가들. 니체는 뜻도 모르고 읽었고 이해하지 못한 채로 빠져들었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다른 철학책과 달랐다. "논증이나 사변과는 거리가 멀고 문학 작품과도 같이 암시와 은유적 서술, 생략, 파격적 구문등으로 생동"하는 니체의 글에 도취된 나는 충동적으로 '은유'라는 필명을 지었다. (쓰기의 말들 본문 발췌 *이후부터는 '은유'로 표기)
이 책은 저자의 쓰기에 영향을 미친 작가들의 문장들을 인용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다. 104편의 아주 짧은 글들이 묶여있다. 짧은 글들이지만 그 안에 문장과 단어는 살아있다. 많은 글을 읽고 소화해서인지, 다양한 삶의 곡절을 경험해서 인지 (또는 둘 다인지) 은유작가의 문장은 쉬우면서도 새로웠다.
배산임수한 전원 주택에 사는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고, 한 평 고시원에 사는 사람에게 나오는 글이 있다. 같은 여자라도 아이 둘 키우며 일하는 주부인 내가 감각하는 세상과 연구실에서 종일 보내는 교수가 접속하는 세상은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쓸 수 있는 글도 다르다.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딘 삶에 근거해서 한 줄씩 쓰면 된다.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은 누구나 글감이 있다는 것.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뿐이랴. 글쓰기는 만인에게 공평하다(은유). 가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 자신은 너무 평범해서 쓸말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은유작가는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딘 삶에 근거해서 한 줄 씩 쓰면된다고 담담히 말한다. 사실 우리네 삶은 80%이상이 평범한 삶이다. 나만의 시선으로 내 평범한 일상을 써내려갈 수 있다면, 80%가 넘는 사람들이 내 글에 공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탓해본다면, 우리네 평범한 삶을 탓할께 아니라 평범한 나의 시선을 탓해볼 일이다.
자연은 말을 하고 경험은 통역을 한다.(장 폴 사르트르) 자연은 우리에게 끊임 없이 말을 걸어온다. 누구에겐 이런말을 하고 누구에겐 저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다르게 듣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경험이란 녀석이 그것을 통역하며 옮기는 중에 각기 다르게 번역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경험이 차이가 생기는 걸까? 많은 책을 읽었던 은유 작가는 오히려 사람에게 작가의 소양이 형성될 즈음, 무엇을 읽었느냐보다 어디에 누구와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은유) 라고 말했다. (꼭 이렇게 많이 읽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해서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ㅎㅎ)
이 책은 문장을 읽는 것 만으로도 맛이있는 책이지만, 글쓰기 팁도 놓치지 않고 있다.
'접속사와 부사를 제거하라,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글쓰기가 막막하면 자료부터 찾아라' 등 다양한 글쓰기 팁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쓰기의 말들>을 읽으며 '은유'란 사람의 글쓰기 매력에 빠졌다. 이 작가의 (아직 읽지 않은) 다른 책이 있어 다행이다. 먹고 일어나서 뒤돌아 서면 또 먹고 싶었던 청소년기의 허기처럼, 읽고 뒤돌아서도 금방 또 읽고 싶은 것이 은유의 문장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