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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Dec 18. 2018

글쓰기의 최전선_은유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하라.

글을 쓰고 싶은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쥐며느리와 며느리의 차이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다. 하나는 기분이 삼삼해지는 일이고 하나는 몸이 축나는 일이다. (『글쓰기의 최전선』본문 발췌, 이하 은유로 표시)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저, 메멘토 출판

은유 작가의 이 책을 『쓰기의 말들』에 이어 바로 읽었다. 아껴두고 읽고 싶었지만 내 인내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글쓰기 책을 많이 읽어봤지만, 그들이 말하는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 그 글을 읽는 맛이 없었다. 적어도 글쓰기를 다루는 책이라면 글을 읽는 맛이 있어야 할텐데, 무미 건조하고 딱딱했다. 그런 면에서 은유 작가는 달랐다. 내용도 공감되고 배울게 많았지만, 무엇보다 읽는 맛이 좋았다. 덤덤한 듯 뱉어내는 말은 가슴에 콕콕 박혔다. 글의 서두에 인용한 비유가 참 인상적이다. 글을 쓰고 싶은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쥐며느리와 며느리의 차이라는 말(라임 어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적다. 왜 그럴까? 그 사이에는 도무지 넘어갈 수 없는 차원의 벽이 서있기 때문이다. 그 차원의 벽을 통과하는 길은 벽사이에 있는 작은 문이 유일하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을 열어달라고 두드린다. 제발 좀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나름 절박한 이들도 보인다. 그러다 저 뒤에서 한 아이가 걸어나와 그 문앞에 선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애초부터 그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지만, 누구도 문을 열려고 하지 않고 문을 열어 달라고만 했다. 글쓰기가 꼭 그렇다. 누구나 글을 쓰고 싶어하지만, 글을 쓰지 않는다.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오는 문은 항상 열려 있는데도 말이다. 그냥 그 문을 열고 한 줄이라도 글을 쓰면 된다. 그게 글쓰기의 시작이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로의 입성이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은유작가가 처음으로 맡게된 글쓰기 강좌명이다. 그 이름을 책에 그대로 가져다 썼다. 글쓰기 강좌를 통해 일어났던 크고작은 일들을 끌어와 글쓰기를 풀어냈으니, 제목을 그대로 쓴건 좋은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책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글에선 내가 인상깊게 느꼈던 한가지를 소개해 볼까 한다.

 

에세이, 칼럼, 논문 등 모든 글에는 하나의 메시지, 하나의 질문이 담겨 있어야 한다. 문제의식이 없는 글은 요란한 빈수레와 다름없다. 메시지가 없는 미사여구의 나열은 공허하다. 지식은 넘치고 지혜가 빈곤한 글은 무료하다.(은유) 작가는 글에서 하나의 메시지, 하나의 질문을 강조했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 글을 읽고 나서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거야? 어쩌라는 거야?'라는 의문이 남는다면, 그 글은 의도를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이런 일은 글쓴이가 글을 쓸데부터 하나의 메시지, 질문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쓸 때 자주 벌어진다. 글을 쓸 때 무엇을 말할 것인지를 미리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글을 쓰는 내내 이 문장을 붙들고 간다면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말이 쉽다는거 인정! 나 역시 중언 부언 할 때 많은거 ㅇㅈ!)

문제의식을 정의한 작가의 생각도 좋았다. 문제의식이란 거창하지도 까다롭지도 않다.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이다. 의문이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놓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세상의 풍경들, 예를 들면 엄마가 매일 일어나 밥하는 일, 마트 종업원이 기계적인 인사를 건네는 일, 괜히 싫은 감정이 드는 것 등 상황과 감정에 집중하고 관찰하고 질문하는 일이다.(은유) 처음 글을 쓸 때 글쓰기의 소재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작가는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과 의문을 가져보라 권했다. 상황과 감정에 집중하고 관찰하고 질문해 보라고도 덧 붙였다. 그래서 처음 글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일기 만한게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상을 관찰하며 들었던 마음과 감정을 솔직히 적다보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조금씩 줄어든다. 익숙해 지는 만큼 시선을 넓혀 주변을 보고, 사회로 키워나가면 적절한 문제의식을 담은 글도 하나 둘 기록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지만, 글쓰기도 처음 시작이 어렵다. 첫 줄 쓰는게 가장 괴롭다. 소설가 모리 히로시는 『작가의 수지』에서 '기법이야 아무렴 상관없다.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이전의 삶과 같을 수가 없다. 자신을 발견 할 수 있고 다양한 기회가 있는 글쓰기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다. 그리고 그 문을 여는 것은 당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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