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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Dec 27. 2018

2019년의 키워드는「시선 」

한동안 자기 계발서와 라이트 한 인문서적에 몰두했다. 그 결과 구체적인 실천과 삶의 적용이라는 효과를 얻었다. 작은 실천들이 삶을 변화시켰고, 가보지 못한 세계로 인도했다. 그러다 문득 한계란 벽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는 것을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안다. 나 역시 이 말을 실천하려 '행함'에 힘썼다. 그리고 이제는 '아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란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삶의 구체성에서 한 걸음 물러나 더 깊은 생각과 추상의 영역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며칠 전 읽은 모리 히로시의 『생각의 보폭』(마인드빌딩, 2018)에서도 추상적인 생각의 힌트를 얻었다. 무엇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철학과 예술작품 감상


내년에는 철학에 깊이를 더해 나만의 시선을 날카롭게 만들고 싶다. 늘 도피하기만 하는 습성을 묶어두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인문/철학을 공부할 《나만의 시선 찾기 모임》도 만들었다. 그리고 평소 즐겨하지 못하던 예술작품 감상에도 시간을 쏟을 예정이다.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윤광준 님의 『심미안 수업』(지와인, 2018)을 소개받아 읽었다. (출간된 지 2주가 채 안된 따끈한 신작이기도 하다)


저자인 윤광준 님은 사진에서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활동하는 아트 워커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도 이 5가지 분야에 놀라운 내공을 선보이며, 우리 안에 심미안(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능력)을 깨우기 위해 애썼다.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며 간략히 책의 느낌을 전해 본다. 윤광준 님은 미술에 처음 관심을 가지는 이들일수록 입장료가 비싸도 유명 화가의 전시회, 좀 멀더라도 유명한 미술관에 가보는 게 좋다〔49p〕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시립미술관, 예술의 전당,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리움미술관, 대림미술관, D뮤지엄, 아라리오 뮤지엄, 피크닉을 소개했는데, 대림미술관을 시작으로 하나씩 참관해 볼 계획이다. 전시회를 즐기는 여섯 가지 방법도 소개했는데, 나 같은 입문자들에게 무척 실용적이라 느껴졌다.

《전시회를 즐기는 여섯 가지 방법》  
첫째, 웬만하면 유료 전시를 보자 (...) 그 기획 의도를 찾아보고 염두에 두면서 전시를 둘러보면 더 흥미롭다.
둘째, 볼만한 전시회를 정했다면, 같이 갈 사람을 잘 고르자. 주파수가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림 보는 일이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셋째, 시간의 여유를 충분히 갖고 가자.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에 가면 특정 작품 위주로 대충 훑어보고 나온다.  
넷째, 전시회의 정보를 챙겨보자. 미술이 어려운 이유는 사전에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우선 그림은 ‘내’가 감상하는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자신이 가진 추억,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를 떠올려 보는 건 매우 좋은 감상법이다. 그림 속의 인물에서 자신이 아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좋다.  여섯째,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자. (...) 잘 모르는 그림인데 뭔가 마음에 든다면 사진을 찍어두고 돌아온 다음에도 자꾸 들여다보자. 좋아하는 것은 익숙해진 것이기도 하다.  

미술 이외에도 음악, 건축, 사진 분야에서 그 만의 독특한 시각을 쉬운 말로 담았다. 대부분 이런 유의 책이 저자의 자기부심을 어느 정도는 견디며 읽어야 하는데, 이 책에선 그런 부분이 없어서 좋았다. 오히려 어찌나 글을 잘 쓰시는지, 글 자체를 읽는 맛도 있었다. 인상 깊게 읽었던 몇 가지 부분을 더 발췌해 소개한다.


음악은 창작자가 의도한 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예술이다. (...) 4분 50초 동안 들어야 하는 음악은 4분 50초를 지켜 들어야만 공감할 수 있다. 음악을 감상한다는 것은 규정된 시간의 질서에 공감하는 일이다. 〔101p〕


인테리어는 궁극적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비워두어야 할 공간을 생각해 내는 일이다. 안정된 인테리어는 아무것도 놓아두지 않은 빈 공간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느끼게 만든다. 비어 있는데 안정적인 것만큼 훌륭한 인테리어가 없다. 〔167p〕


무엇을 찍을 것인지, 내용과 방향을 정해야 한다. 좋아하는 걸 찍으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른다는 데 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는 일이 제일 힘들다. 비교의 관점이 있어야 좋고 나쁨이 가려지게 되는데, 비교의 관점이 있으려면 갖고 있는 내용이 풍부해야 한다. 〔223p〕


예술작품 감상이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져 일부 교양인들의 전유물로 생각될 수 있는데, 이 책은 실용적인 가이드를 제시하며 누구나 심미안을 개발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그런 면에서 예술작품 감상을 위한 입문서를 찾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2018년 한 해를 돌아볼 때 나를 이끌어온 키워드가 '꾸준함'과 '실행력'이었다면, 2019년 마지막에는 '시선'을 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만의 사유의 시선!  다른 무엇보다 이 것이 내 삶을 (그리고 어쩌면 벌이게 될 사업도) 이끌어 줄 동력임을 믿는다.



p.s 관심이 생기면 그때부터 눈에 띈다는 말이 사실인 듯. 이 책을 읽고 전시회에 관심을 갖자마자 페북에서 보게 된 서울의 전시장들 ver.2018 (아닌가 페북이 무서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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