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Kim Jan 10. 2019

코코 카피탄 전시회를 가다

꼭 앞뒤가 맞을 필요는 없지. 조금은 남달라도 괜찮아.

얼마 전 올해는 철학과 예술작품 감상에 시간을 내고 싶다는 마음을 글로 남겼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을 더 키우고 싶은 소망을 담은 글이었다. 생각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무작정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전시회 티켓을 끊었다. 어디를 가야 할까 고민하다 대림미술관에서 하는 《코코 카피탄》전시회가 눈길을 끌어 예매를 했다. 거기서 뭘 볼 수 있을까 우려반 기대 반으로 도착한 대림미술관.

전시회 티켓엔 코코 카피탄의 핸드라이팅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뭐부터 봐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 다행히 대림미술관엔 시간대 별로 작품을 설명해 주는 정규 프로그램이 있었다. 설명하시는 에듀케이터(본인을 에듀케이터라고 소개하셨음)를 졸졸 따라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는데, 나 같은 전시회 입문자에게 무작정 보는 것보다 작품의 배경 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

대림 미술관에 가신다면 정규 프로그램에 꼭 참여해 보시길. 시간은 대림미술관 웹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다.


전시회의 타이틀인 코코 카피탄은 스페인 출신의 젊은 아티스트의 이름이다. 전시회장은 2층부터 4층까지 꾸며졌는데, 코코 카피탄의 사진, 핸드라이팅, 영상, 글이 다채롭게 전시돼있었다. 4층에서 정규 프로그램 설명이 끝나고 다시 2층으로 내려가 찬찬히 작품들을 감상했다. 대림미술관 앱에서는 친절하게 오디오 투어 서비스를 제공해서 작품 해석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이 사람이 코코 카피탄이다. 26세의 젊은 아티스트 (사진 출처 : 대림미술관 웹페이지)


우리는 그저 사랑받기를 원했을 뿐이야

이 핸드라이팅은 코코 카피탄이 전시회 부스를 설치하러 한국에 왔을 때 즉석에서 쓴 핸드라이팅이라고 했다. 그래서 대림미술관에서 최초로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을 듣는데, 왠지 더 기분 좋은 느낌? 전시회 입구에서 관람한 사진들은 다소 파격적인 사진(누드)이 많아 핸드라이팅 문구들도 난해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코코 카피탄이 쓴 글들은 대부분 따스했다. '우리는 그저 사랑받기를 원했을 뿐이야'

코코 카피탄은 늘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했는데, 그게 크리에이티브의 원천이라고 했다. 메모의 힘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아래는 코코 카피탄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라고 설명했던 핸드 라이팅 작품. '동화 속 이야기를 믿던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코코 카피탄은 풍자와 해학도 즐겼는데, 아래 작품이 바로 그런 예. 누가 봐도 이상할 것 없는 아디다스 신발 광고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나이키 운동화에 아디다스의 상징인 삼선을 긋고 아디다스 로고를 그려 넣었다. 그럼 이건 나이키 운동화일까? 아디다스 운동화일까? 생각은 여러분의 몫!



구찌의 부활을 이끌어낸 Alesandro Michele를 그린 아래 작품도 재밌었다. 코코 카피탄은 구찌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일약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주목받는다. 이때 그녀를 선택한 게 바로 Alesandro Michele라고 했다. 감사의 마음으로 옛 그림에서 성인을 묘사할 때 주로 쓰던 후광효과를 넣고 배경을 금색으로 칠했다. Michele의 신격화! (๑˃̵ᴗ˂̵)و



3층 전시는 코코 카피탄의 내면세계로 꾸며졌다. 개인적으론 3층 전시가 가장 좋았다. 오롯이 코코 카피탄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달까? '우리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살아가는 현재를 더 이야기할 수 있다'며 현재를 살아내기 위해 죽음을 이야기하자고 했던 부분, '나는 죽기 전에 살고 싶다'라는 메시지로 생에 의지를 표출했던 부분, 예쁜 셀카가 아니라 자신을 드려낼 수 있는 자유로운 셀카들로 표현했던 코코 카피탄의 시선에 공감하고 매료됐다.

그 잘난 스마트폰이 없었더라면?



1층에서는 전시회와 연관된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사고 싶은 게 많았지만, 사진 작품 중 보면서 마음에 들었던 아래 작품의 아트 포스터 하나를 샀다. 모델 종아리에 그림을 그려 넣어 재치 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한 작품이었는데, 실제로 모델에게 원래 있던 문신이라는 설명을 듣고 놀랐다. ㅎㅎ 왜 저런 문신을 했는지. 그리고 그걸 포착해서 센스 있는 사진을 담아낸 코코 카피탄의 재치도 돋보였다. 가져온 아트포스터는 어디에 붙여놓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집에서 그 포스터를 볼 때마다 이날의 기분이 떠오를 것 같아 벌써 신이 난다.  



이렇게 작은 사진으로 보는 작품과 실제로 현장에 가서 느끼는 작품은 차이가 정말 크다. 첫 전시회임에도 작품을 보며 느껴지는 정서와 감정, 인사이트가 있었다. 코코 카피탄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간접적으로 나마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좋았다. 놀라운 점 하나는 전시회 가격이(온라인 회원가입 20% 할인을 받아) 단 돈 6천 원이었다는 점. 영화도 1만 원이 넘어가는 시대에, 전시회 가격이 이렇게 싸다는 데 놀랐다. 다음 전시회가 벌써 기대된다. 다음에 갈 곳은 희성 작가님이 추천해준 재스퍼 모리슨의 특별전 ‘Jasper Morrison: THINGNESS’ 전이되려나? 올해 원 없이 보고 누리며, 나만의 시선을 쌓아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삶에 재미가 있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