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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Jan 12. 2019

모르는게 약이다

뉴턴으로 대표되는 고전역학은 우리에 눈에 보이는 거시적 세계의 역학이다. 이에 대비되는 양자역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 세계의 역학을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세계이기 때문에 실측을 할 수 없다. 실측을 하는 그 행위 만으로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완벽한 실측이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직까지 고전역학에 비해 그 세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상대적으로 많이 인정받는 가설이 있을 뿐이다. 양자 역학을 설명하던 김상욱 교수는 한 토론에서 양자역학이 이해할 수 없는 학문이라고 했다. 본디 이해란 새로운 지식이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에 결합될 수 있어야 하는데 , 미시적 세계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우리가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 붙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영상을 보는데 반발심인지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 거시적 세계고, 우리 각자의 마음이 미시적 세계가 아닐까라는 생각. 그리고 이어서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가정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서로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으니 이해하는 마음도 커지고, 삶이 더 유연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남자들에겐 절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중 하나인 "오빠가 뭘 잘 못했는지는 알아?" 상황과 "오빠 나 오늘 좀 달라 보이지 않아?" 상황에서 여자 친구가 원하는 대답을 속시원히 해줄 수도 있다. "라면 먹고 갈래?"라는 중의적 질문에 이 사람이 원하는 게 정말 라면인지 나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도 있다. 또 "어떻게 넌 친구라는 게 내 마음 하나 모르냐?"같은 어색한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근데 과연 이렇게 좋은 일만 있을까?


신은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만을 가질 수 있게 하셨다.


출근길 아침 어느 집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괄호 안은 말이 아닌 생각이다)

여보 늦었어 얼른 일어나!(참 자기가 먼저 일어나서 밥 한번 차리는 역사가 없구만!!)

뭐야! 내가 지난번에도 밥 차리고, 설거지도 하고 그랬잖아! (쥐꼬리만큼 돈 벌어오면서 유세는...)

그래! 나 쥐꼬리 벌어오는 남자다! 넌 그런 남자 뭐가 좋아서 같이 사냐? (어차피 너 갈 때도 없는 거 아냐?)

참내.. 내가 갈 때 없어서 당신이랑 살고 있는지 알아? 진짜 이럴 거야!! .... 엉엉엉!! (울면 쪼금 미안해하겠지?)

우는 척하지 마! 다 티 나니까! 나 오늘 일 많아서 야근이니까 그리 알어!(간만에 포커한 판 때리고 와야지!)


어떤가? 이런 일들은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가면을 쓰고 산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살면 본인이야 편하겠지만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인내의 쓴 열매를 삼키며 애써 사람들을 대한다. 그걸로 관계는 동작한다. 서로에게 진실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자신의 마음 내키는 대로 대하는 것은 미묘하지만 다른 일이다. 뭐든지 나 편하자고 하면, 누군가는 불편해지기 마련인 게 인생이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인생이 쓰다. 과연 우리에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다행인 것은 양자역학과는 다르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상욱 교수님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경험과 지식에 새로운 지식이 결합되어야 이해가 된 다고 했다. 양자역학의 세계는 우리가 경험할 방도가 없지만, 사람의 마음은 매일매일 경험하면서 산다. 굳이 읽어보려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해해 보려 노력하면 할수록 마음은 (기존의 지식과 경험에 결합하여)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영원히 불가능하다.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추측해 볼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선물일지 모른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서로의 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면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없지 않을까?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다. 양자역학도 모르는 게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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