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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Jan 13. 2019

뉴 필로소퍼를 읽다

New Philosopher vol.5 일상이 권력에게 묻다

1월 11일-13일 New Philosopher vol.5 『일상이 권력에게 묻다』를 읽었다.

뉴 필로소퍼는 올해부터 철학에 관심을 갖고 정기 구독하기 시작한 잡지다. 어렵고 난해한 철학 이론에서 벗어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생활철학을 다룬 잡지라 흥미롭게 읽었다. 이번 잡지의 주제는 '권력'.

ⓒ Peter


우리가 아는 지식 중에서 직접 얻은 것은 거의 없는데, 대게는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전해 들은 것들이다. 인간은 들은 이야기를 믿는 경향이 있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게 되면 그 정보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게 된다. (...) 지금 우리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더 훨씬 획일화된 정보를 얻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미디어가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키스 다우딩) 미디어는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편집된 정보다. 이번 호에서 스티븐 룩스가 말한 2차적 권력(의제를 통제하는 권력)이 작동하는 곳이라는 말이다. 2차적 권력의 무서운 점은 사람들이 무엇이 검열되고 자신들의 시야에서 뭐가 배제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통제된(또는 검열된) 미디어의 정보를 반복적으로 듣게 되면 그 정보가 사실이던, 그렇지 않던 강한 확신을 갖게 된다. 이 말은 사람들에게 필요에 의해 특정 정보를 주입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키스 다우딩은 미디어가 강력한 힘을 가졌기에, 더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다양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곳에서 일어나는 특강이나 세미나, 운동보다도 효과적일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도 작년 한 해 지상파 사장들의 물갈이가 있었다. 그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분별해야 하고, 그것은 오로지 시청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앞서 잠시 언급한 스티븐 룩스는 '권력은 한 사람이 보유하면서 남들에게 행사하는 힘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거대담론을 이어가기 전에 나 스스로는 어떤 권력을 행사하고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최근 고민이 많았던 육아로 생각이 이어졌다. 엊그제 또 자지 않겠다는 4살 난 아이에게 화를 내며 한바탕 하고 잠을 재웠다. 하루를 돌아보며 그날 찍은 사진들을 보는데, 쪼그많고 귀여운 아이가 생글생글 웃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 어떤 사람도 나를 화나게 하고 소리치게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왜 이 쪼그많고 귀여운 아이는 나를 이토록 미치게 하는 걸까?' 해답은 '권력'에 있었다. 내가 가진 부모라는 권력으로 아이를 내 뜻대로 통제하고 싶은 마음. 그 뜻에서 한 치라도 벗어나면 그걸 견디지 못하고 화를 내 버리는 반복된 패턴.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뜨거워졌다. 왜 다른 사람에겐 생각하지도 않고, 시도하지도 않았던 권력을 내 아이에겐 자연스럽게 휘두른 걸까?


시몬 드 보부아르는 페미니즘의 핵심을 이야기하며 "권력을 남성의 손에서 빼앗는 것이 아니다. 그런다고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핵심은 권력의 개념을 깨부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페미니즘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뉴필로소퍼 잡지가 생활철학을 주장하듯 이 말을 우리 집으로 가져온다면, 육아의 핵심은 아이를 사랑과 관심으로 더 돌봐주는 것이 아니다. 부모로서 아이를 통제하려고 가지는 권력의 개념을 깨부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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