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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Sep 22. 2019

다양성을 인정하는 삶

첫째 서우가 내 코에난 뾰루지를 보고 모기 물린 거냐고 물었다. 5살인 서우는 아직 뾰루지라는 걸 알리 없으니 자기가 경험한 거 내에서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비슷한 걸 물어봤을 거다. 이 말을 듣는데 다소 뜬금없지만 다양성이 생각났다. 


장 폴 사르트르는 '자연은 말을 하고 경험은 통역을 한다'라고 했다. 우리에게 경험은 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 통역(해석)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떤 일에 서로 의견이 갈릴 때 옳고 그름을 논쟁함에 앞서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Photo by Nathan Dumlao on Unsplash


그리고 무언가를 주장할 때도 늘 내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내 의견도 내 한정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된 사실이라는 걸 기억하자. 무언가를 좀 깨달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제일 겸손함이 필요한 때다. 


정재승 교수도 《열두 발자국》이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저 사람이 저걸 믿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나와 다른 의견과 미적 취향에 너그러워야 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을 재고하고 늘 회의하고 의심해보는 사람, 그래서 결국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열두발자국》,정재승, 53p) 


경험수집잡화점을 2년째 운영하면서 1,700여 명을 온/오프라인에서 만나 이야기 나누고 있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도 바로 다양성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하나의 주제에도 서로 다른 각자의 의견들을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름 강제적으로 다양성에 대해 배우고 있는 셈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삶과 인정하지 않는 삶은 절대 같을 수가 없다. 이건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비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한동안 내 생각을 뛰어넘는 다양한 관점의 사람들을 만날 때면 서우가 내게 물어본 모기 사건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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