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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Jan 12. 2019

그저 바다로 나가는 것일뿐

좋은 파도는 우리가 만들 수 없어



디지털 문서가 가제본이 되고, 가제본이 여럿 묶여 한 권의 책이 된다. 지금 쓰고 있는 원고도 머지않아 가제본으로, 그리고 완성된 한 권의 모습으로 나를 만나러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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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새로운 주제의 책이다. 첫 번째는 독서였고, 두 번째는 일상이었고, 지금은 사랑을 쓴다. 이제야 서른을 조금 넘긴 내가 사랑을 얼마나 알겠나마는, 비슷한 산을 등반해온 동지의 입장으로 느낀 바를 토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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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그랬듯 이번에도 기대와 우려가 함께 마음에서 공존하며 사투를 벌인다. 나는 그 가운데 낀 채로 매일의 원고를 채워가고 있는데, 그들의 싸움을 하루라도 덜 보기위해 착실히 이 원고를 완성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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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엔 티비 아래에서 숟가락을 들었고 채널은 알쓸신잡 시즌3 (재방송)에 고정해두었는데, 김영하 작가의 말이 일순간 숟가락을 멈추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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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력한다고 반드시 좋은 파도가 오는 건 아니라는 점. 오늘 좋은 파도가 오면 감사히 타고, 만약 오지 않으면 그저 ‘내일은 좋은 파도가 오겠지’하며 생각하자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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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타는 서퍼들을 보며 그저 김영하 작가가 툭 한번 뱉은 말이었는데, 나는 그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보통 전파를 통해 나오는 말은 온전히 귀로 들어가기가 힘든데, 잔존하기가 힘든 법인데, 오늘 전해들은 김영하 작가의 말은 정확한 궤도로 날아 들어와 내 고막으로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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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좋은 파도는 내가 만들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나가는 것뿐이야. 파도가 밀려올 수 있는 바다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장과 마음을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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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에 젖은 밤. 오늘의 기분을 이 문장으로 대체해본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한 곡의 재즈와 같을지 모른다. 정형화된 길이랄 게 없는 인생은 변주가 난무하는 재즈처럼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니까. 그저 지금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채 오늘을 연주해갈 뿐.” _가끔은 사소한 것이 아름답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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