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성호 Feb 04. 2019

저는 도련님 호칭을 거부합니다

도련님이 싫은 어느 현대 도련님

형이 결혼하면서 도련님이 되었습니다. 형의 여자친구로, 그러니까 누나 동생으로 편하게 지내던 사이가 급격히 멀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색한 호칭 사이에서 서로가 갈피를 못잡는 눈치였죠.

가족이 함께 형 집으로 집들이를 간 어느 날, 결국 저는 어색함을 참지못한 채 호칭을 공식적으로 파기해줄것을 호소했고, 그 후로 지금은 도련님이 아닌 제 이름 두 자로 관계를 유지해가고 있습니다.

명절만 되면 우리는 역할극을 벌입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행동해야 하고, 호칭이 서로 어색한 사이는 호칭을 빼고 말을 하는 경우가 많죠. 앞 말을 얼버무린 채로 조심스럽게 말을 뱉고 삼킵니다.

선대가 만들어온 문화는 중요하지만, 오래고 지난 관행들은 이젠 조금은 바꾸고 버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상투를 한 도련님, 그리고 턱수염이 길게 아래로 뻗은 서방님. 그리고 긴 머리를 길게 말아올린 채 비녀를 꽂은 아가씨가 아니기에, 현대는 현대의 삶에 맞는 이름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패미니스트도 아니고, 반 패미니스트도 아닙니다. 그저 도련님이 싫은 도련님일 뿐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호칭개선안을 조사하고 진행중입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며, 모두의 명절이 앞으로 더 편해지면 좋겠습니다. 제사 문제도, 호칭 문제도.

2019. 02. 04
도련님이 싫은 도련님.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 천성호 북토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