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성호 Oct 21. 2020

우주 비행사

우리는 어느 별까지 갈 수 있을까


새로운 행성에 착륙했다

이 별은 그간 머문 별보다

중력이 세고 산소가 부족하다


어깨에 쌀이 올려진다

숨이 반 토막 난다


앞으로 잘 적응해갈 수 있을까

나는 갓 자란 다육이가 잎을 낼 때까지

이곳에서 물을 길어야 할 것이다


지난별에 마음을 남기고 온 탓에

여전히 옛 별이 눈곱처럼 끼지만

무뎌진다면 이 생활도 괜찮을 것이다


언젠가 이곳도 떠나야 할 날이 오겠지

다음 행성으로, 또 다른 별을 찾아


점점 이러한 삶에 익숙해져 간다

떠나보내는 것도, 새로 맞이하는 것도


나는 어느 별까지 갈 수 있을까

그건 보지 못한 존재의 몫이겠지

될 수 있다면 보다 많은 별을 찾은 후에

우주의 먼지가 되고 싶다


거창한 목표랄 게 하나 없지만

매일의 중력과 산소가 버겁지만

그럼에도 행성을 탐험해가는 나는


여전히 꿈을 꾸는

떠돌이 우주 비행사니까

작가의 이전글 여름 안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