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맞설 용기
내면을 수호하는 불안의 이름들이 있어요. 이 불안의 이름들은 낯선 변화로부터 나를 지키죠. '이 곳이 안전한 곳이야. 이 곳을 벗어나면 너는 위험해질 거야. 부디 지금을 지켜.'
그렇지만 때로는 이 이름들이 나를 옭아매기도 합니다. '그래 나는 그들처럼 될 순 없어. 나의 자리는 여기야. 이 도전이 나를 더 잃게 할 거야.'
어머니와 식당을 함께 운영하며 불판의 연기 앞에서 고기를 2년간 구웠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서 영어공부만 1년 매진했습니다. 밤낮을 바꿔가며 글을 4년 넘도록 썼습니다. 10만 유튜버를 꿈꾸며 유튜브 플랫폼에 1년을 쏟았습니다.
몇 번의 도전을 해본 결과, 역시 불안의 예견대로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시간에 딴 걸 했으면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량의 대출 빚을 지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돌이켜보니 생각보다 잃은 것도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원래부터 가졌던 게 별로 없었으니까요.
물론 다량의 시간을 잃은 건 사실이지만, 과거 다녔던 영어학원 선생님의 언어를 빌려, ‘세상에는 버릴 경험은 없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처음부터 방향성을 잘 잡고 가는 사람들은 분명 있겠지만, 계속해서 방향성만 찾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 길은 영원히 열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가끔은 끝까지 쓰지 않을 다이어리를 사는 것도, 읽지도 않을 책을 잔뜩 사보는 것도, 몇 번 들지도 않을 운동기구를 사보는 것도, 앞 강의만 듣다 환불 못할 온라인수업을 결제해보는 것도,
비록 실패의 연속이겠지만 이 실패의 흔적이 삶의 지반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불안의 이름과 타협해보세요. 한 발짝씩 걸어가면서 말이죠.
버릴 경험은 없고, 때론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밀어젖힌 창문너머에 많은 세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 하늘엔 비가 조금씩 흩날리네요. 비가 온 뒤 쨍한 해가 뜨면 밀렸던 걱정을 잠시 베란다에 널어놓겠습니다.
당신의 걱정도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