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성호 Jun 13. 2023

자력을 키워야하는 이유

내 힘을 기르기

차량의 후방카메라가 고장난 날의 일이다. 후진기어를 몇 번 다시 넣어도 화면이 돌아오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백미러를 보며 주차선에 바퀴를 맞춰나갔다. 그렇지만 차는 생각보다 제대로 맞춰지지 않았고, 매일같이 하는 집 앞 주차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간신히 차를 주차하곤 했다.


또 다른 날의 일이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계산기가 먹통이 된 탓에 거래전표를 암산으로 맞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은 두 자리수간의 덧셈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참동안 머리를 싸잡으며(심지어 종이로 써가며) 계산을 하곤 했다.


나는 이 두 일을 겪으며 ‘자력의 부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언젠가 소멸하거나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나의 물건, 회사, 머무는 집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인 현재의 여러 상황 속에서 과연 나는 얼마나 내 능력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얼마나 내 가치를 증명해내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결코 자신 있는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겁이 나기도 했다. 모든 걸 벗어던진 채 알몸이 된 나는 한 없이 작고도 초라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의도적으로라도 ‘내 자력을 만드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보다 더 빠르고 훌륭한 기계가 이미 세상의 많은 일을 처리해내고 있지만,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느리고 더딜지라도 직접 해보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계속해서 맡기고 의지하기만 하면, 어떤 순간에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능력마저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마치 지금 내가 내 주변 사람의 번호를 일곱 개 이상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프로 기버가 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